23일 공식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에는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이 고루 참여한다. 따라서 사통위는 중도ㆍ실용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연결될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갖췄다.
특히 위원장에 고건 전 총리가 선임된 점이 눈길을 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07년 1월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이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과 함께 경쟁 체제를 구축했었다.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던 고 전 총리에게 '사회 통합'이란 중책을 맡긴 것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중도와 통합의 정치를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고 전 총리는 위원장직 수락에 앞서 이 대통령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이 보장돼야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중립성 보장을 강력히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실정치 사안에 휘말리지 않고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면서 사통위를 객관적이고 중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고 전 총리의 임명엔 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구 여권 예비후보 중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아직 야권에 머물고 있으나, 중도 성향이었던 정운찬 총리와 고건 전 총리는 나름의 자리 매김을 하게 됐다. 정 총리는 여권에 편입됐고, 고 전 총리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외곽에 자리를 잡게 됐다.
이번에 선임된 사통위 민간위원 32명 중에는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김희상 전 비상기획위원장, 라종일 전 주일대사,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이다. 이들은 과거 정부와 현 정부를 연결하며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는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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