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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검은 달, 흰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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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검은 달, 흰 달

입력
2009.12.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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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동쪽과 서쪽은 죽음과 삶만큼 닮아 있고

또 빛과 어둠처럼 달랐다

동쪽에서는 검은 달이, 서쪽에서는 흰 달이 떠올라

두 개의 달이 머리 위를 지나기도 했다

섬에서 모든 빛은 다 하늘색 페인트칠을 한

그 창을 통해 모여들었다

그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바다를 거쳐온 혼돈과 푸른빛을

모두 다 꺼내어 만져보면

손바닥에서 바람 소리가 나기도 했다

흰 달이 검은 달이 되고

검은 달은 흰 달로 변해

바다 쪽으로 오래 끌려나가는 날이 있었다

나는 이 지상의

어느 먼 별에 와 있는 것일까

● 벌써부터 새해에 대한 소망이 무럭무럭 피어나네요. 내게 주어진 생은 이것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 언제나 꿈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소망하는 마음 같은 게 아닐까요. 작년 이맘때였지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서쪽 끝 벨렘에 서서 엔리케 왕자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은 먼 여행을 떠나본 일이 없었으면서도 그 왕자는 한평생 동방을 꿈꾸며 거기 벨렘에서 용감한 선원들을 아프리카 남단을 거쳐 동쪽으로 보냈었죠. 벨렘에서 나는 희망봉이라는 게 얼마나 눈물겨운 지명인가를 생각했어요.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붙일 만한 그런 이름이 아닌가요? 검은 달, 흰 달이 뜨는 곳까지 가본 자들이나 붙일 만한 그런 지명이 아닌가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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