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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세브리깡' 단행본 낸 강도하 "이시대 아픈 사람들과의 호흡, 그게 만화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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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세브리깡' 단행본 낸 강도하 "이시대 아픈 사람들과의 호흡, 그게 만화가 할 일"

입력
2009.12.2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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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짓곤 했어요. 내 만화도 그랬고요. 사람들이 이제 좀 웃어달라고 하는데, 그래서 되도록 웃으려고 하는데… 얼굴이 굳어버려 그런지 잘 안 되네요."

사진을 찍는데 미간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을 머릿속으로 한 번 맞춰본 후 입 밖에 내는 듯한 말투도 팍팍하니 되다. 작업실에서의 만화가 강도하(40)씨의 인상은 망치와 정을 들고 화강암을 노려보는 석수(石手)와 닮았다.

이 뚝뚝하고 늠연한 사내의 손끝에서 '금세기 들어 가장 섬세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만화가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의 만화팬을 즐겁게 하는 아이러니. 강씨가 올해 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 중인 웹툰 '세브리깡'이 동명의 단행본(전3권 중 첫 권ㆍ바다출판사 발행)으로 묶여 나왔다.

<세브리깡> 의 등장 인물들은 강씨의 전작들에 비해 무척 밝고 사랑스럽다. 물론 이들도 여전히 결핍과 소외에 아파하는 우리 시대의 20대와 30대들. 하지만 주인공들은 컬트적 분위기 대신 일상의 중력장 속에서 말하고 행동한다.

강씨는 "예전에는 소통을 위한 만화적 언어에 무심해, 지나치게 실험적이라거나 난해한 이야기만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연재하면서 나 자신의 기호에 독자를 가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강도하라는 이름은 5년 전 웹툰 '위대한 캣츠비'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런데 강씨에게 이 '혜성처럼'은 사실 두 번째 경험이었다. 고교생이던 1987년, 그는 만화잡지 '보물섬'의 공모에 당선돼 이두호, 이현세, 허영만씨 등과 나란히 작품을 연재했다. 화려한 데뷔였다. 그러나 그에게 본명(강성수)으로 작품활동을 한 이후의 10여년은, 끝을 알 수 없는 콤플렉스와 전위적 지향성 속으로 침잠한 시간이었다.

"기본기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낼 때마다 리포트를 제출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림을 못 그린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해요. 다음달에도 누드 크로키 강좌 수강증을 끊어놨어요. 반면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문화라는 것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었죠. 만화뿐 아니라 영화, 미술, 드라마, 문학의 모든 작가들에 대해 나는 늘 질투를 느껴왔습니다."

쑥과 마늘의 동굴 같은 번민의 시간이 지나고, '독립만화계의 기수'이던 그는 2004년 "배냇이름을 버리듯이" 강도하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위대한 캣츠비' 온라인 연재를 시작했다. 설치작업과 퍼포먼스까지 경험하며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거듭한 그가 펼쳐놓는 청춘의 고뇌와 사랑은 만화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새로움은 이 작품이 6개국으로 수출되고 뮤지컬과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로맨스 킬러' '큐브릭' 등 청춘3부작으로 통칭되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연애라는 틀 안에 만화가 담아낼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속성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유, 승리, 질투, 집착, 지독한 싸움, 외로움, 모든 게 다 들어있잖아요. 다른 장르요? 글쎄요… 예술영화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중에 '솔라리스'라는 SF영화가 있어요. 하지만 껍데기만 SF이지 속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관한 영화예요. 나는 앞으로도 연애라는 감정,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외형적으로 드러난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겠죠."

<세브리깡> 에서 강씨의 연출은 한결 순하고 담백해졌지만, 비루한 일상과 그 비루함의 무게에 짓눌린 젊음을 포착하는 그의 섬세함은 여전하다. "만화가 당대의 이야기를 더 비중 있게 다뤘으면 좋겠어요.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과의 호흡, 그게 판타지나 로맨스보다 더 중요한 소재가 아닐까요? 사실 극적이거나 판타지적인 것들은 요즘은 뉴스에 다 나오잖아요. 만화가 할 일은, 현실에 대한 긍정적 각성의 계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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