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도움을 청하러 온 시민을 술 취한 난동자로 오인, 폭행한 경찰관이 기소됐다.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해당 경찰관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법적 처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견 사소한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일선 공권력을 대상으로 한 음주자들의 난동과, 그에 대한 무력한 대응 및 방치상태가 이미 사회적인 양해수준을 크게 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찰의 지구대나 파출소 업무의 4분의 1 이상이 취객 처리에 관련된 것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로 심야 시간대에 일선 경찰관들의 일은 태반이 이들과의 실랑이다. 이 뿐 아니다. 교통이나 음주운전단속을 당했을 경우 다짜고짜 경찰관을 향해 반말에 욕설까지 퍼부으며 단속에 불응하는 일은 아직도 다반사다. 대부분의 정상 국가에서라면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 중죄로 처벌 받을 일이다. 경찰관 개인에 대한 모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체제 유지를 위한 기본적 공권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물론 이런 논지에 대해 매번 정답처럼 나오는 자업자득형 반론이 있다. 경찰이 오랜 기간 정권의 정치적 이익에 주로 봉사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정당한 저항이나 이의 제기를 자의적 힘의 행사로 억눌러온 데 대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관 비리 등 일부의 퇴행적 행태를 여전히 자주 접하는 현실에서 공권력 존중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경찰의 신뢰 회복 노력이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과 공권력 무시 내지 무력화는 다른 이야기다. 경찰의 원죄에 핑계를 돌림으로써 이런 식의 공권력 무력화를 방기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남의 일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일상적인 공권력 경시풍조는 사회의 기본 틀을 흔들어 결국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경찰에 엄정하고도 단호한 법적 권한행사를 주문하기에 앞서 생활공권력에 대한 일반 국민의 사려 깊은 인식과 태도의 전환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