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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오른 허생, 21세기 판소리 좀 들어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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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오른 허생, 21세기 판소리 좀 들어보소

입력
2009.12.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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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이 창극 '남산골 허생뎐'으로 거듭난다. 연극의 어법을 적극 투영, 21세기적 판소리 무대란 어떤 것인지 모색한다. 지난 해의 '남산골 변강쇠뎐'에 이어, 서울남산국악당이 송년 레퍼토리로 만든 무대다.

허생의 아내 희옥 역을 맡은 안숙선을 비롯해 유수정 왕기석 등 명창들이 나오는 이번 자리는 들을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풍성하다. 7인조 악단(거문고, 아쟁, 피리, 해금, 타악, 2대의 가야금)이 중앙 뒤편에 자리잡고 시종일관 무대를 죄었다 푼다. 도창(해설자) 1명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기존 창극 무대의 평면성이 연극적 어법에 의해 혁파된 결과다.

17일의 제작 발표회는 독창, 이중창, 합창 등 판소리 양식이 어디까지 변형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실증하는 자리였다. 극의 진행에 관여했다가 관찰자 역할도 하는 젊은 선비, 마을 아낙 등은 서양 연극의 코러스가 어떻게 우리 식으로 녹아날 수 있는가를 보였다.

이 무대는 '허생전'의 페미니즘 버전이다. 이날 안 명창은 무능한 딸깍발이 남편을 닦달하고 장부 못지않은 기개로 세상을 구제하는 여걸의 모습을 능숙한 판소리 사설과 동작으로 체현했다. 도창과 허생의 아내 역할을 오가며 극의 중심부에 서는 그는 이번 작품의 소리 전 바탕을 짠 주인공이다. 연출자 김석만은 "일고수 이명창의 판소리를 극장화한 것이 창극이라면 이 무대는 판소리를 시청각적으로 확산해 소극장 안으로 끌어 오기 위한 양식적 실험"이라며 "적은 것으로 많이 제시하려는 소극장화 작업이 현재 도달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작업을 해 오다 이번에 대본 작업으로 국악과 인연을 맺은 강보람은 "판소리의 언어와 리듬이 내 몸에 녹아 있음을 확인한 기회였다"며 "우리 삶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매체는 꽉 짜여진 뮤지컬보다 판소리"라고 결론지었다.

19~27일 서울남산국악당. 화~금 오후 7시, 토 3시 6시, 일 5시. (02)399-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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