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피겨 요정 김연아와 함께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한 막걸리.
국내에서 막걸리 인기를 서울 장수막걸리가 이끌었다면, 해외에서는 단연 국순당이었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한류스타 배용준씨가 일본 도쿄에 운영하는 한식점 고시레에 막걸리를 공급하며, 일본 본토에 막걸리를 유행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배 사장에게 급성장세를 보이는 막걸리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어보니, "막걸리의 인기는 분명 유행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향후 몇 년간 유행처럼 성장하겠지만, 그것을 정점으로 다시 소비가 줄어든 뒤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사장은 "하지만 그 일정한 상태의 시장규모가 지금보다도 몇 배는 클 것"이라며 "전통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그리고 외국인의 시선이 그만큼 관대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전 캔 막걸리를 처음 만들어 해외 와인쇼나 주류전시회에 출품한 적이 있다"는 배 사장은 "당시 외국인들은 막걸리의 특유한 맛과 향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하다며 철저히 외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배 사장은 "최근 독일의 와인판매업자를 만나 생 막걸리 맛을 보게 했더니, '대신 팔아줄 테니 있는 대로 내놓으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는 분명 막걸리를 대하는 외국인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배 사장은 "그것은 아마 쌀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이 관대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스시와 니혼슈(사케)가 세계 시장을 누비고, 베트남의 쌀국수가 글로벌 음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쌀 향기가 그들에게도 익숙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떡볶이, 비빔밥 등 단품 위주로 이뤄지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식의 세계화의 기본 컨셉트는 한정식으로 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음식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며 "여기에 막걸리나 전통주를 곁들이는 식으로 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 사장은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진출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배 사장은 "유독 영세업체가 많은 막걸리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일견 작은 업체를 죽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어 윈-윈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배 사장은 "대신 영세업체들은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막걸리를 내놓는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대기업이 판을 치는 맥주 시장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맥주가 여전히 득세하는 것이 좋은 본보기"라고 했다.
배 사장은 "올 5월 출시된 '국순당 생막걸리'가 지난 8월 열린 2009년 공학 교육‧연구 국제학술회의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이쯤 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의 성원을 당부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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