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이 이라크 국경지역에 있는 유전을 점령하고 국기를 꽂은 채 소유권을 주장하다 사흘 만에 물러났다. 이라크 보안 군이 현지에 파견되는 등 한때 긴장이 고조됐다.
AP,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병사 11명은 지난 18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께 이라크의 마이산주(州)에 있는 알 파카 유전 제4유정을 침범, 이란 국기를 세우고 점령했다.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320km 떨어져 있는 알 파카 유전은 이란과 이라크의 접경 지대에 위치해 양국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는 이라크가 소유하고 있지만, 이라크 국경에서 불과 300m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유 매장량은 150억 배럴로 추산된다.
이란 군은 유전 점령 후 성명을 통해 "1975년 체결된 국경 협정에 따르면 우리는 이라크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우리 군은 우리 영토에 배치됐고 국제적으로 알려진 국경에 따르면 이 유정은 이란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에 "이란 군의 유전 점령은 엄연한 주권침해"라며 "즉각 철수하라"고 대응했다. 이어 19일 보안군을 점령 지역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배치했다.
양군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다 이란 군이 19일 밤에서 20일 새벽 사이에 물러나 극한 상황은 피했다. 유전회사 일꾼들도 해당 유전에 다시 돌아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란 군이 완전히 이란 영토로 철수하지 않고 있어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알리 알 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이란 군이 유전에서 50m 물러난 상황이어서, 이란 군에게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1988년까지 전쟁을 벌였던 이란과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 그 동안 큰 충돌이 없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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