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Not guilty)'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한 흑인 남성이 생애 처음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한 듯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수화기 저 너머로 익숙했지만 떨리는 노모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엄마 저 베인이에요. 35년이 지나서야 제가 무죄라는걸 믿어주네요."
미국 흑인 남성 제임스 베인이 유괴 및 성폭행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DNA검사로 무죄가 입증돼 35년만에 풀려났다고 17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에서 유죄판결 후 DNA검사로 풀려난 246명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한 경우로 기록됐다. 베인 이전까지 최장기 복역사례는 27년간 살인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지난해 댈러스에서 석방된 제임스 리 우다드.
올해 54세인 베인은 19세였던 1974년 9세짜리 소년을 유괴해 성폭행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해왔다. 수감도중 여러 차례 억울함을 호소하며 DNA검사를 요청했으나 번번히 묵살당했다. 법원은 30년이 훌쩍 지나서야 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주 신시내티의 사설 연구소 검사 결과, 마침내 베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베인은 "신이 나와 함께 했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는다"며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고 켄터키프라이드 치킨과 청량음료 닥터 페퍼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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