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에 패한 타이거 우즈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아시아 골프 역사상 최고의 날이다."
2009년 8월17일(한국시간) 외신들이 긴급 타전한 헤드라인의 일부다. 한국의 양용은(37)이 미국프로골프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새 역사를 쓰는 날이었다.
양용은은 이날 미국 미네소타주의 헤일즐틴 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맞대결을 펼쳤다. 양용은은 우즈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더군다나 우즈는 메이저대회 14승을 거둔데다 메이저대회 마지막 라운드에 선두로 나섰을 때 역전을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양용은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빈다'는 말을 무색케 하며 결국 기적을 연출했다. 양용은은 접전을 펼치던 14번홀(파4)에서 20여m를 남기고 친 칩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 이글을 잡아내며 우즈의 기를 꺾었다. 1타차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나선 양용은은 20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2m 옆에 붙인 뒤 과감한 버디 퍼트로 승리에 쐐기를 박으며 포효했다. 순간 우즈는 고개를 떨궜다.
외신은 "우즈와 골프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즈를 꺾고 우승한 경험이 있는 양용은은 확실한 '호랑이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 올시즌에만 통산 2승을 거둔 양용은은 올해 부진했던 최경주 공백을 메우며 한국골프의 위상을 더 높였다.
지난 1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09 한국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 메이저 트로피를 들고 참석해 관심을 끌었던 양용은은 "한국골프의 메이저 제패는 그 동안 뜨거운 성원과 지원을 해준 골프계 및 국민들의 관심이 맺은 결실이다"면서 "새해에는 여유를 가지고 투어에 임할 수 있어 차분하게 코스를 읽으며 경기를 풀어나가겠다. 그리고 궁합이 맞는 코스에서 승부를 내 또 한 번 우승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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