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최근 불황의 여파는 각 기업들에게 신속한 의사 결정을 요구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정보기술(IT)ㆍ전자 업계 CEO들이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한 실시간 스피드 경영으로 위기 타개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데다, 시ㆍ공간을 넘어 직원들과의 원활한 열린 소통 등을 할 수 있어 글로벌 경영전략 구상과 수립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황의 늪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ITㆍ전자업계 CEO들의 영상경영을 따라가 봤다.
LG전자는 이끌고 있는 남용 부회장은 영상경영을 선호하는 국내 전자업계의 대표 CEO로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LG전자 부회장에 오른 남 부회장은 당시 취임사 겸 신년사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8만2,000여명의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보냈으며 이듬해 인 2008년 초에도 신년사를 해외 전 법인에게 보냈다. 또한 임직원들과 수시로 갖는 '열린 대화'에도 동영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접하는 메시지들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한 CEO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CEO가 직접 나온 동영상 메시지를 접하다 보니 친근감도 높아지고 이해도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 부회장의 이런 영상경영은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및 디지털미디어(DM) 총괄 등을 포함한 국내ㆍ외 각 사업부까지 확산되면서 조직간의 시너지 효과까지 높여주고 있다.
통신 업계에선 이석채 KT 회장이 영상경영의 활용폭을 넓혀 가는 CEO로 유명하다. 서울 광화문과 잠실, 우면동, 경기 분당 사옥 등에 각각 분산된 4개의 사업부를 실시간 네트워크 망으로 연결시켜 임원들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2주에 한번 꼴로 진행하는 '올레 KT경영회의'(그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때나, 전국 각지의 400개에 달하는 사업장은 물론 해외 주요 거점장들과의 경영 전략 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영상경영을 위해 컴퓨터(PC) 모니터를 자주 활용한다.
통신업체 CEO 답게, 이 회장은 필요한 경우엔 영상통화가 원활한 3세대 휴대폰 등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연결시켜 이동 중인 해당 임원들과 주요 경영 방침을 논의하기도 한다.
KT 관계자는 "화상회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 불필요한 출장이 줄어들고 물리적인 회의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와 올해(11월 기준)에만 여비 및 교통비를 합쳐 약 37억원의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정한 포털 업체 네이버를 운영 중인 김상헌 NHN 대표도 자신의 경영 방침을 영상에 담아 미국과 일본, 중국 법인 등에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
새롭게 '온라인 게임' 장르를 개척한 미국, 게임에 이어 검색 시장까지 진출한 일본,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인 중국 등에는 인터넷 업체 특성상 반박자 빠른 경영 전략을 전해야 할 때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내년 3월에 경기 분당에 새롭게 입주 예정인 신사옥에 최소 5개 이상의 대형 화상회의실을 마련키로 한 것도 김 대표의 이 같은 화상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NHN 관계자는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화상회의는 CEO와 각 부서간의 열린 소통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면서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켜주고, 사내 분위기도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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