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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크로스' 작고 싼 커피에 '톨' 이름만 붙여도 교양 있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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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크로스' 작고 싼 커피에 '톨' 이름만 붙여도 교양 있어 보이네!

입력
2009.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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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정재승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발행ㆍ344쪽ㆍ1만3,800원

평범한 원두커피 한 잔이 50센트 하던 1980년대 말, 한 잔에 3달러였던 시애틀의 스타벅스 커피는 어떻게 시애틀에서 성공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자리잡은 시애틀은 임금 수준이 높고 지적인 과학기술자들의 메카였고 이들은 취향과 교양으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했다.

모든 메뉴가 이탈리아어로 돼 있고, 근사한 미술품이 걸려 있으며, 재즈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스타벅스 매장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적격이었다.

가장 작고 싼 커피에 '톨'(tallㆍ'키가 큰'이란 뜻) 이라는 명칭을 붙임으로써 사람들의 자존심을 배려하는 마케팅도 효과적이었다. 스타벅스는 이제 실용 가치가 아닌 브랜드 가치를 소비하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한다.

<크로스> 는 스타벅스, 셀카, 구글, 위키피디아, 생수, 헬로키티 등 21세기를 대표하는 21개 키워드로 문화현상을 진단한다.

진보적인 논객으로 유명한 미학자 진중권(46),과학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대중적 글쓰기로 이름난 정재승(37)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하나의 키워드를 과학적 관점과 미학적 관점 양쪽에서'크로스'하며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예컨대 셀카를 설명하는 방식은 이렇다.

진중권은 셀카의 특징인 이미지 조작에 주목해 셀카 사진은 바로크주의 노선(색채와 조명 조작), 고전주의 노선(형태 왜곡)을 거쳐 변형된다고 설명한다.

정재승은 셀카의 기술적 측면에 주목해 셀카의 성공은 회전식 LCD와 회전식 렌즈를 장착한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현상에 대한 통찰도 신선하지만, 전문성과 대중성을 결합한 글쓰기 방식도 책의 가독성을 높여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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