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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10년' 기고/ 희망도 잠시, 불안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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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10년' 기고/ 희망도 잠시, 불안에 떨었다

입력
2009.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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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첫 번째 10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지난 10년은 '불안의 시대'(the anxiety decade)였다. 개인적 삶과 공적 영역 모두에서 걱정, 위험, 공포 등을 포괄한 불안이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사회를 관통해 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엄습해 온 불안은 희망으로 맞이한 새 천년의 10년을 정체를 알기 어려운 위기의식으로 물들여 왔다.

당장 우리 사회의 10년을 돌아보자. 1997년 외환위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했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과정은 양극화가 강화되고 갈등이 증가해 온 시간이기도 했다.

산업, 노동, 소득의 경제 양극화는 물론 교육, 주거, 노후의 사회 양극화가 확산돼 왔을 뿐만 아니라, 이념갈등을 축으로 노사, 지역, 세대 갈등의 분출은 이른바 '갈등의 전성시대'를 열어 왔다.

민주화의 과제가 약자 보호와 갈등 해소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시대의 결과는 사회적 약자들이 주변으로 내몰리고 사회갈등들이 일거에 폭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아이러니 앞에 우리 사회가 위태롭게 서 있는 형국이다.

남북관계의 굴절 또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시작된 탈냉전의 세계사적 물결은 냉전의 마지막 섬인 한반도에까지 밀려와 햇볕을 쐬게 했지만, 대북 정책은 온탕과 냉탕을 거듭함으로써 현재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

옳고 그름이라는 신념윤리의 관점에서 평화공존은 당연한 민족사적 과제다. 하지만 결과를 고려해야 하는 책임윤리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은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불안의 동의어는 두려움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사회는 새로운 두려움을 접하고 있다. 기후 재앙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위기는 두려움의 첫 번째 원천이다. 일각에선 환경위기가 과장됐다고 주장하지만 온난화, 각종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이미 시험대에 오른 지 오래다.

9ㆍ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으로 대표되는 평화의 위기는 또 다른 두려움의 원천이다. 탈냉전 이후 세계사회가 모더니티에서 포스트모더니티로 나가고 있다는 진단이 무색하리만치 문명간, 국가간, 종족간 벌어진 테러와 전쟁은 인류 공동의 인권과 평화가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를 새삼 일깨우고 있다.

바로 이런 과정 속에 이제까지 익숙한 통념과의 결별이 진행돼 왔다. 투기성 금융자본의 세계화로 절정을 구가해 온 신자유주의가 지난해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경유하면서 균열을 보여준 것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케인스주의와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진보의 시대(1950년대~70년대)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대표되는 보수의 시대(1980년대~2000년대 후반)를 넘어 세계사회는 이제 또 다른 시대로 나가는 전환의 문턱 위에 놓여 있다. 보수가 진보적 정책을 차용하고 진보가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통섭(統攝)과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다시 우리 사회다. 불안을 기대로,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우리 안에 도사리는 낡은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려는,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일궈가려는 집합의지를 얼마나 지혜롭게 발휘할 것인가에 따라 앞으로 10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연세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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