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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 "부처님은 삶의 현장 벗어난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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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 "부처님은 삶의 현장 벗어난적 없어…"

입력
2009.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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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깨달음을 현실과 삶을 초월한 어떤 경지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부처님은 단 한 순간도 삶의 현장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깨달음이란 삶에 대한 깨달음이고 사회와 역사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지난달 출범한 조계종 집행부에서 스님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원장을 맡은 현응(54) 스님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禪)을 통한 수행과 깨달음을 가치의 절대적 중심에 놓는 한국 불교의 오랜 전통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 불교를 대승불교로 분류하는 데 대해서도 회의했다. 현응 스님은 "개인적 깨달음보다 중생 구제를 중시하는 대승불교의 실천적 주체는 보리살타(菩提薩埵) 곧 보살(菩薩)인데 이는 '깨달음의 보리'와 '역사의 살타'가 합쳐진 것"이라 덧붙였다.

현응 스님이 이처럼 논쟁적인 불교관을 정리한 불교역사철학 에세이 <깨달음과 역사> (불광출판사 발행)를 재출간했다. 1990년 해인사출판부에서 간행됐으나 금세 절판, 지금껏 학인 스님들이 복사본으로 돌려보던 책이다.

책에서 그는 '착하게 살라' '자비를 행하라'는 좋은 말들도 구체적 현실과 결합하지 않는 한 소승불교의 영역이라며, 진정한 대승의 모습은 "오늘의 상황과 현실에서 과연 나쁜 일은 무엇이며 좋은 일은 무엇인지를 살피고, 모든 실천적 명제를 현실과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대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가 명상ㆍ참선의 신비주의로 경도되고, 일반인에게 '무심한 종교'로 인식되는 것을 그는 우려했다. "모든 시비분별을 떠난 초연한 은자로서의 태도는 불교인의 독특한 성격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조는 듯 잠자는 듯한 침묵과 웃을 듯 말 듯 달관한 듯한 무관심이 적멸과 열반의 경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현응 스님은 이를 "무심의 왜곡"이라 비판하고 "참된 무심은 빈 것이 아니라 꽉 찬 것이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며, 중간의 중립이 아니라 특정 견해나 생각을 표현하는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라 지적했다.

스님 교육 커리큘럼과 관련해 그는 "세속의 대학들도 해마다 학기마다 커리큘럼이 바뀌고 교본이 개편되는데 승가 교육은 조선 중후기에 형성된 교과과정을 답습하고 있다"며 "법학이나 사회학 등을 포함한 21세기형 승가 교육 커리큘럼과 텍스트를 점진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1년 출가한 현응 스님은 1986년 해인사 승려대회에서 기획 업무를 맡았고 1988년 창립된 대승불교승가회 사무처장, 선우도량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불교개혁 및 사회개혁에 앞장섰다. 또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기획조정실장으로 현 종헌종법의 기틀을 마련했고 총무원 기획실장, 중앙중회 의원, 불교신문사 사장, 해인사 주지 등 제도권에서도 굵직한 소임을 맡아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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