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히어로즈 '선수세일'의 첫 번째 주자는 국가대표 외야수 이택근(29)이었다.
히어로즈는 18일 이택근을 LG에 내주는 대신 현금 25억원과 포수 박영복(26), 외야수 강병우(23)를 받는 트레이드를 LG와 합의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승인을 요청했다. 선수를 팔아서 구단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제8구단으로 프로야구에 발을 내밀 때부터 삐걱거렸다. KBO 가입금(120억원) 미납에다 직원들의 봉급 지급도 벅찼다. 30억원을 받고 왼손투수 장원삼을 삼성에 트레이드하려다 KBO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무산된 전력도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이장석 사장이 '선수장사'를 공개적으로 예고하는 등 '이택근 사태'는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이택근을 시작으로 장원삼과 역시 왼손투수 이현승 등도 줄줄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KBO는 18일 자체회의에서 이택근 트레이드의 승인을 유보했다. 미납한 가입금 36억원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 게다가 히어로즈는 기존 서울 연고팀인 두산과 LG에 연고지 입성금 명목으로 최근 30억원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히어로즈는 두산과 LG에 총 54억원을 내야 하는데, 지난 6월 24억원에 이어 이번 30억원 납입으로 연고지 입성금을 완납한 셈이다. 그러나 1차 납입과 달리 30억원은 KBO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지급했다.
KBO는 히어로즈의 가입금 납입과 관련해 조만간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이사회 등을 거쳐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권리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최종승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축들을 다 팔아 '깍두기'가 된 히어로즈를 안고 '7+1'로 내년 시즌을 치른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다.
한편 프로야구인 모임인 일구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히어로즈의 비상식적 트레이드를 묵인한다면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면서 "7개 구단은 당장의 전력 향상보다 선수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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