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무기를 실은 평양발 그루지야 국적 화물기가 태국 당국에 억류된 지 1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미스터리가 풀리기는커녕 점점 쌓여만 가는 분위기다. 북한산 중화기 운송 배후나 최종목적지 및 판매처로 직ㆍ간접적으로 거론되는 국가만 거의 20개국으로 불어났다.
또 태국 정부가 미국의 언질에 따라 화물기를 적발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화물운송 배후세력마저 오리무중
초기만 하더라도 화물수송주체는 쉽게 밝혀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화물기와 관련된 나라가 벌써 4개국으로 불어났다. 문제의 화물기인 일류신76은 그루지야 국적 에어 웨스트사의 소유였지만 이 회사는 지난 11월4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소재 SP트레이딩이라는 또 다른 운송회사에 이 화물기를 임대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SP트레이딩이 유령회사로 추정돼 화물기 임대 및 무기 운송주체 파악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화물기를 빌린 SP트레이딩의 주식소유주는 지난 7월 법인등록한 남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 소재 GT그룹이다. 그런데 GT그룹도 영국 모 회사의 지시를 받고 SP트레이딩을 설립했다고 한다. 결국 GT그룹은 세금회피 등의 용도로 기업설립서비스를 해주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제조회사로 추정된다. 때문에 배후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각국 경찰당국간 국제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화물기 소유주인 에어 웨스트는 과거 세르비아 무기상과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가 소유 또는 관리했던 운송회사가 명의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경찰이 부트 조직과 화물운송주체간의 관련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태국 교도소에 수감중인 부트는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황상 무기 브로커가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등 수개월여에 걸친 치밀한 사전공작을 통해 무기수송에 나섰던 것으로 보여 부트조직이 개입됐을 개연성은 상당히 큰 편이다. 또 에어 웨스트와 화물기임대계약을 한 SP트레이딩 책임자는 '루 장'이라는 인물이어서 동구권 뿐 아니라 아시아계까지 무기밀매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최종목적지
스리랑카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갈 예정이었다는 승무원들의 진술에 근거, 무기의 행선지로 스리랑카나 우크라이나가 초기 유력시됐다. 게릴라나 반군의 필수품인 대전차용 로켓포(RPG)와 견착식 지대공미사일(SAM)이 화물에서 확인됐을 땐 파키스탄 또는 중동이 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화물기 소유주인 에어 웨스트가 수단의 운송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단을 지목했고 러시아 무기상인 부트가 사건 배후로 떠오르자 그의 판매처였던 아프리카 분쟁지역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로이터통신은 16일 화물 중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 부품 존재를 들어 미사일 개발협력관계에 있는 이란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물기 승무원들의 진술과 관련 정황에 따라 세계 유력언론의 추측도 춤을 추는 양상이다. 태국 경찰은 "승무원들이 법정에서 진술하겠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대량살상무기(WMD) 있나, 없나
당초 화물기가 운반한 무기류는 게릴라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로켓과 미사일 및 발사장치가 주종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네이션 등 태국현지언론이 경찰관계자를 인용, WMD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도한 가운데 로이터통신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부품이 확인됐다고 보도, 논란이 일었다.
당연히 게릴라들이 주로 사용하는 휴대용 미사일제품과 장거리미사일을 함께 구입할만한 나라가 어디냐는 의문이 따른다. 사실 이란은 단거리미사일을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휴대용 미사일을 살 이유가 별로 없다.
한편 타윌 플린스리 태국 국가보안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적발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며 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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