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초의 북한 개방특구인 라선시를 처음으로 방문한 까닭은 뭘까. 최근의 화폐개혁 등과 맞물려 김 위원장의 북한 경제 운용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라선시를 방문, 대외무역 발전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고 16일 밤 늦게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대외활동을 공격적으로 벌여 대외시장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한다"며 "중요한 대외무역기지의 하나이므로 전망성 있게 잘 꾸리고 시의 당 및 행정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라선시는 1991년 12월 북한이 중국 러시아 접경지인 함경북도 라진과 선봉 지역을 묶어 창설한 첫 경제자유무역지대였다. 소련 해체 이후 사회주의 경제가 흔들리자 북한이 시장경제 접목을 실험했던 곳이다. 하지만 '라선실험'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제 자본을 유치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실패했다.
그런데 그간 한 번도 라선을 방문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18년 만에 찾았다. 더욱이 화폐개혁을 단행하고(11월30일) 종합설비수입법, 부동산관리법, 물자소비기준법을 제정하는(16일) 등 일련의 계획경제 강화 조치를 취해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방문에 동행한 이들도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등 경제 부문 핵심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왜 갔을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7일 "이번 방문은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내외 겸용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폐개혁 조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품 공급 확보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내부 자원이 부족해 외부로부터의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중국 러시아가 공급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라선시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복원에 합의하고, 중국과는 중계무역 및 수출가공을 위한 국제 물류기지로 라선항을 개발키로 한 상태다.
물론 외부의 공급도 자신들의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라선시는 개방과 통제의 중간에 있는 모델이다. "계획경제를 강화하되 그에 맞는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강조하기 위한 현지지도"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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