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현역 의원 140여명을 포함해 630명의 사상 최대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민주당 정권 '실세'의 면모를 과시한 오자와 간사장이 이번에는 핵심 선거 공약 일부를 수정해 줄 것을 하토야마(鳩山) 총리에 요구하고 나섰다. 그래서 오자와 간사장이 당 운영뿐 아니라 정책 결정 실권마저 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자와 간사장은 16일 열린 2010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당정회의에서 국민의 진정을 정리한 결과라며 주요 공약의 수정을 포함한 '중점 요망'이라는 정책건의서를 하토야마 총리에게 전달했다. 11월 이후 자치단체와 업계 등에서 제시한 진정 약 2,800건을 토대로 모두 18개 항목으로 정리한 이 건의서에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육아지원금 축소와 폐지를 약속한 휘발유세 등 잠정세율의 유지가 포함돼 있다.
육아지원금은 소득 제한 없이 중학생까지 자녀 1인당 매달 2만5,000엔 지급 원칙에서 부유층은 제외하는 소득 제한을 도입하도록 요청했다. 연간 2조5,000억엔의 세수를 거두는 잠정세율은 석유가격 안정을 이유로 "현 조세수준을 유지"토록 요구했다.
당에서 공약 수정을 제기한 이유는 세수 감소 등으로 심각해진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내년도 민주당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7조1,000억엔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잠정세율 등을 유지할 경우 이 부담이 3분의 1 정도는 줄어든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대표 공약을 손질하면서 지방의 요청이 많았던 고속도로ㆍ신간센(新幹線) 정비, 농가호별소득보상 등은 그대로 집행토록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17일 "잠정세율은 민주당이 폐지를 말해 왔으므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에서 민원을 종합해 공약 수정을 요구하고 총리가 "예산편성에 최대한 (반영토록)노력하겠다"하는 등 정책결정과정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총선 이후 계파 의원을 150명으로 늘려 당을 장악한 오자와 간사장의 정권 내 입지가 갈수록 커져가는 모양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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