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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추위

입력
2009.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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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 겨울 추위를 앞두고 한파가 들이닥쳤다. 어제 아침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최고 기온도 영하 3도에 머물렀다. 오늘 아침은 더 춥다니 옷깃을 한참 여며야 할 모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추위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북태평양 지역에 형성된 강력한 저기압이 만든 소용돌이에 시베리아 상공에 머물던 영하 40도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까지 끌려온 때문이다. 이번 추위는 주말까지 계속되다가 20일부터나 풀려 서울이 최저 영하 4도, 최고 영상 4도 수준을 되찾을 전망이다.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추위에 민감해졌다. 찬바람이 거실은 물론이고 안방까지 마구 파고든다. 아랫목은 발을 데일 만큼 뜨거워도 윗목은 요강에 살얼음이 끼었던 어릴 적 시골집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지역난방공사가 제공하는 기본 난방과 도시가스로 가동되는 거실 등의 보조난방을 제대로 가동하면 난방비만 30만원이 넘게 나와 어쩔 수 없이 보조난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안방 침대에는 온수매트를 따로 깔고, 두 아이의 침대에는 전기장판과 전기담요를 깔았다. 거실에 이동식 부탄가스 난로를 놓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세상의 고통은 늘 물처럼 아래로 스미지만, 추위는 특히 아래로 가서 쌓인다. 올 겨울에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요금이 각각 9.8%, 4.7% 인상된 데다 국제유가 상승기조가 굳어져 기름값과 전기요금까지 불안하다. 더욱이 한동안 일반인의 눈길 밖에서 도시 빈민과 영세 요식업자, 화훼ㆍ과수 농가의 사랑을 받았던 연탄까지 가격이 20~30% 올랐다. 그 결과 서민의 주된 영양 공급원인 채소 가격이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 겨울 배추나 대파, 무 등의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 공급이 달리면서 낮게는 10%, 높게는 20% 넘게 채소 값이 뛰었다.

■실업 한파도 물러날 기미가 없다. 과거 일본에서 유행했던 '취업 빙하기' '초빙하기' 현상이 국내에 똬리를 튼 지 오래고, 가까운 장래에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장 기업 설비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지수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한참 낮아져 기업이 성의껏 투자를 늘려도 본격적으로 고용을 늘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정착된 '고용 없는 성장'을 벗어날 길은 서비스 분야의 고용 창출 뿐인데, 대형 업체가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영세업자의 영역 침식에 몰두, 잘해야 제로섬이다. 마음의 추위까지 겹친 겨울의 찬 풍경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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