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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앤디 워홀 일기' 미메시스 이소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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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앤디 워홀 일기' 미메시스 이소영 편집장

입력
2009.12.18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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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은 1976년 11월 24일부터 세상을 떠나기 닷새 전인 1987년 2월 17일까지, 매일 아침 친구인 팻 해켓에게 전날 있었던 일을 전화로 들려주었다. 해켓은 워홀이 누구를 만나고 택시비가 얼마나 나왔으며 무엇을 먹었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두 기록했다. <앤디 워홀 일기> 는 원고지 2만 매에 달하는 해켓의 기록 중 7,000매 가량을 엮은 책이다.

<앤디 워홀 일기> 의 편집자인 이소영(38) 미메시스 편집장은 "디자이너, 편집자, 번역자, 교열자 모두 고생해서 만든 책"이라며 "이런 책을 다시 만들라면 선뜻 하겠다는 말을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또 한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이 책은 942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워홀 작품의 특색을 잘 살린 장정, 원서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은 이미지, 3,000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 중 핵심인물 39명의 정보를 워홀의 이미지와 합성한 책갈피, 원서에도 없는 원고지 220매 분량의 인명사전까지 더했다. 이씨는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체계적으로 소개된 바 없는 워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한 편집"이라고 말했다.

번역은 2007년 말에 끝났지만 책이 1년 반 정도 늦게 나온 것은 그래서다."한번 읽는 데만 2~3개월 걸리지요. 번역자, 출판사 대표, 제가 한번씩 더 검토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졌고 디자인도 워홀의 분위기에 가까워졌어요."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가령 원문에는 존(John)이라는 인물만 80명 이상 나오는데 이를 대조하는 작업이 20일씩 걸렸다. 그 작업을 세번씩 했다. 인명사전을 검토하던 한 교열자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힘들다"며 20분 동안 울기만 한 적도 있었다.

책 기획에 얽힌 사연도 재미있다. 2003년 미국 출장에서 이 책을 구해온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는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과 이 책을 함께 번역하기로 약속했다. 1년 후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들이었다. 아들은 번역을 시작했지만 아버지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 책의 번역자가 바로 아들 홍예빈씨다. 홍지웅 대표는 자성의 의미로 2004년 워홀보다 더 자세하게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고, 그는 실제 지난 3월 800페이지가 넘는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라는 일기를 출간해 화제가 됐다.

1995년 편집자 일을 시작한 이씨의 손을 거쳐간 책은 어림잡아 500여권."편집자는 첫 독자이자 책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직업인 것 같다"는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는 책 기획의 매력을 알게됐다. E H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자서전> 과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 심사평/ 책이란 구조 잘 이해한 편집자가 만든 책

책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우주다. 편집자에게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존재하는 이야기를 종이에 정착시키려는 우주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책이라는 사각의 틀에는 연속성의 표시로 페이지가 매겨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의 통시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차례가 있고, 공시성을 보여주는 찾아보기가 있다. 물론 이야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백과 행간도 잘 배려해야 한다. 찾아보기는 과잉정보 시대에 책이 살아남기 위한 최상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본심에 올라온 책 중에는 기획력과 편집이 돋보이면서도 찾아보기가 없는 책이 없지 않았다. <앤디 워홀 일기> 는 책이라는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편집자가 한 사람의 일생을 하나의 우주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한 적극적 사고의 소산으로 읽혔다. 워홀의 예술 기법과 접목한 표지 또한 돋보였다.

한기호ㆍ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사진=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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