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은 하루 종일 여야 간 정면충돌의 전운이 감돌았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오전 9시35분께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계수조정소위 구성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위원장석에 앉고 그 주변을 민주당 예결위원들이 에워쌌다. 같은 시간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의 중이던 한나라당 예결위원 15명 가량이 뒤늦게 회의장에 입장, 실랑이를 벌였다. 여야 의원 간 거친 드잡이는 없었지만 약간의 몸싸움, 볼썽사나운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구태를 반복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위원장이 이시종 의원에게 위원장석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은 "민주당이 계수소위 구성 전부터 예산 삭감 규모를 밝히라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애 낳고 결혼하자는 셈"이라고 비아냥댔고 김성식 의원은 "민주당이 4대강 예산 삭감 의지가 없기 때문에 계수소위 구성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그렇게 청와대에 충성해서 뭐 하려고 하느냐"고 맞받으면서 여야 의원들의 거친 설전이 오갔다.
오전 10시40분께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려 예결위 개회와 정회를 선언한 뒤 "오후 2시에 속개하겠다"며 퇴장했다.
하지만 예결위 오후 회의는 불발됐다.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회의장에 남아 오후 1시15분부터 의원총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3자회담 성사 결단을 내려 4대강 예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던 정세균 대표도 뒤늦게 참석, "한나라당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힘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의원총회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올해 국회는 폭력으로 시작해 결국 폭력으로 끝나는 것 같다. 정말 국민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양당 원내대표가 예결위 별실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며 "전 소속의원들에게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계수소위 구성 강행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18일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소위 구성안 처리를 재시도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민주당은 모든 소속의원들이 예결위 회의장에서 대기하는 가운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18일부터는 의원을 5개조로 나눠 최소한 주말까지 점거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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