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후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들에 대한 물갈이 과정에서 기금 운용 규정 위반을 이유로 정부가 김정헌(63)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서태환)는 16일 김 전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해임 처분이 당연무효가 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임 처분을 사전에 통지하지 않고 의견 제출 및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으며 구체적 해임 사유 등도 제시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문제 삼았던 문예진흥기금 운용 규정 위반 문제에 대해서도 "최종 결재권자인 위원장에게 실무자와 같은 수준으로 규정을 숙지할 것을 요구하기 어렵고, 경제위기로 인한 주가하락 등을 고려할 때 기금 손실이 규정 위반 때문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화부는 지난해 12월 기금을 예탁할 수 없게 돼 있는 C등급 금융기관에 700억원을 맡겨 101억원의 평가손실을 내는 등 문예진흥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며 김 전 위원장을 해임했다. 그 해 11월에는 마르셀 뒤샹의 작품 구입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해임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문화예술 기관장을 억지로 축출하고 친 정권 인사를 앉히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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