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21ㆍ볼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볼턴의 구세주'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맹활약이다.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리복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09~10 EPL 17라운드 홈경기는 이청용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청용은 90분간 동분서주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후반 19분 그림 같은 선제골을 작렬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날개로 나선 이청용은 전반 중반 왼쪽 날개로 자리를 바꾼 후 플레이에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전반 36분 매튜 테일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떨궈 타미르 코헨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고, 전반 40분에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이반 클라스니치의 슈팅을 이끌어내는 등 '찬스 메이커'의 역할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청용은 후반 들어 상대 문전으로 적극적으로 파고 들며 '해결사'로 변신했고, 후반 19분 환상적인 시즌 3호골을 터트리며 홈 팬을 열광시켰다.
미드필드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이청용은 아크 정면의 클라스니치와 2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침투, 재치있는 오른발 아웃사이드 킥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게리 맥슨 볼턴 감독이 "올시즌 최고의 골"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의 멋진 장면이었다.
1-1로 맞선 후반 32분 클라스니치의 결승골도 이청용의 발 끝에서 비롯됐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골라인 아웃되는 듯한 볼을 이청용이 끝까지 쫓아가 크로스를 올렸고 게리 케이힐의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자 클라스니치가 낚아 채 결승골로 연결했다.
기세가 오른 볼턴은 후반 43분 케이힐의 헤딩 쐐기골이 터지며 3-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부진에 시달리던 볼턴으로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중한 승리다. 볼턴은 10월26일 에버턴전(3-2) 이후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에 시달린 끝에 소중한 승점 3점을 따내며 4승4무8패(승점 16)로 17위로 올라섰다.
이청용은 경기 후 공식 스폰서십이 선정한 경기 MVP(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맨체스터 시티전(3-3)에 이은 2경기 연속 경기 MVP 선정이다. 또 영국의 스포츠전문케이블 스카이스포츠는 '굉장한 골이었다'는 촌평과 함께 이청용에게 양팀 최고 평점인 8점을 부과했다.
'이청용 득점=볼턴 승리'라는 공식도 이어졌다. 이청용은 볼턴이 올시즌 기록한 EPL 4승 중 3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9월27일 버밍엄전(2-1)에서 결승골을, 지난 10월 에버턴전에서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날 웨스트햄전에서는 팀 공격의 선봉으로 활약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박지성이 결장한 가운데 울버햄턴을 3-0으로 물리쳤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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