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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광버스 추락 17명 참변/ 수십년지기 노인들 온천관광 갔다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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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광버스 추락 17명 참변/ 수십년지기 노인들 온천관광 갔다 '날벼락'

입력
2009.12.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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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동기처럼 오순도순 지내 온 한 마을 노인들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에 함께 떠났던 온천관광이 다시 올 수 없는 길이 되고 말았다.

경북 경주시 황성동의 한 경로당 노인들이 여행 길에 나선 것은 16일 오전 9시. 모두 60대 후반에서 80대까지로, 날마다 노인정에 모여 장기, 바둑을 두거나 윷놀이를 하면서 지내온 이웃사촌들이었다. 특히 이들은 100여 가구가 모여 살다 아파트 단지 개발로 흩어져 살게 된 유림마을 출신들로 대부분 집안 사정까지 소상히 알고 지내던 수십년지기들이다.

사고는 물 좋기로 소문난 울산의 한 온천에서 몸을 푼 뒤 경북 영천시 한의원에 들렀다가 다시 경주로 되돌아 오는 길에 났다. 최영원(73) 이금자(68)씨 부부를 비롯해 일행 30명 중 절반 이상이 유명을 달리했다. 부상자들도 워낙 고령인데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 부상자는 "날이 어두워 대부분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버스가 갑자기 두 번 출렁거린 뒤 굴러 떨어졌다"고 말했다. 승객들 대부분은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어 희생자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은 왕복 2차로의 지방도로로 급경사인데다 급커브 내리막길이어서 평소에도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언덕 아래로 50m 가량 굴러 떨어진 탓에 사고버스는 폭탄을 맞은 듯 휴지조각처럼 부서졌다. 버스가 굴러 떨어지면서 부딪친 충격으로 절벽의 나무 1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있었고 버스 주변에는 옷가지와 손가방 등 승객들 소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구조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량 파손이 심해 의자 틈새 등에 끼인 피해자들을 꺼내기 위해 장비를 동원해 차체를 절단하는 등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구조 작업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50분께야 겨우 마무리됐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인근 마을 주민은 "이 도로는 위험 구간으로 알려져 있던 곳"이라면서 "절벽에 나무들이 없었으면 더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경주동국대병원과 계명대경주동산병원 등을 찾은 유족들은 넋을 잃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살기에 바쁘다 보니 어머님을 따로 여행을 보내 드리지 못해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경로당에서 온천에 간다고 하길래 잘 다녀 오시라고 배웅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들은 모 건강식품업체가 주선한 온천관광에 따라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이날 사고가 운전사 권씨의 부주의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사가 술은 마시지 않았으며 급경사 내리막길에 엔진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저속으로 바꾸려 했으나 달리던 속도 때문에 제때 변속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1차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이날 밤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해 장례와 치료, 보상 업무 등을 지원키로 했다.

다음은 사망자 명단. ▲최영원(73) ▲이금자(68ㆍ여) ▲박동우(79) ▲이임순(80ㆍ여) ▲황희남(84ㆍ여) ▲전종삼(71) ▲마숙인(81) ▲박경룡(76) ▲양태근(75ㆍ여) ▲서남현(66ㆍ여) <이상 경주동국대병원> ▲이용수(72) ▲김주호(72) ▲송태순(80ㆍ여) ▲우분남(68ㆍ여) ▲이석임(69ㆍ여) <이상 계명대경주동산병원> ▲추소돌(88) ▲정금숙(76ㆍ여) <이상 한마음병원>

경주=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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