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공작기계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51) 사장은 요즘 노동조합법 개정 소식만 들으면 계속 한숨이다.
처음에는 내년부터 예정대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는 줄 알았으나 한나당이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자'에게도 임금을 줄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하며 일이 꼬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통상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이는 사실상 노조 전임자에게 계속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직원 한두 명이 아쉬운 중소기업 입장에선 그야말로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적'이라는 문구로 촉발된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이러다간 오히려 노조 전임자 수가 늘어날 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 모두 불만인 이런 상황에선 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관계 선진화는커녕 산업 현장 마비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16일 개정 노동법 입법안을 놓고 열릴 예정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마저 결국 무산된것도 불길한 징조다. 이처럼 사태가 엉킨 것은 지난 4일 한나라당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하며 근로면제 활동 범위에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를 포함시키면서부터다. 한국노총 등이 '통상적 노조 관리'의 의미를 노조 쪽에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강력 요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기업들은 이는 노사 선진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집단행동이라도 나서겠다는 태세다. 한국노총 요구대로라면 꼼짝없이 기존 관행처럼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노총은 이미 체결한 단체 협약은 새 노동법이 시행되더라도 효력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년마다 이뤄지는 단체 협상의 특성상, 새 노동법이 시행되더라도 이미 단체협약을 맺은 각 사업장 노조는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예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이미 각 사업장 별로 체결한 단체협약은 법이 시행돼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지난 9월과 10월 단체협약을 맺은 금속노조 산하 노조 10여 곳은 단체협상에서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더라도 전임자 처우는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관철시킨 상황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어렵게 불경기를 버티고 있는데 이런 식의 법안이 관철되면 결국 영세 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혀끝을 찼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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