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문을 꽁꽁 닫고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지내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겨울철 실내 공기는 무척 탁해지기 마련이다. 공기가 나빠지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피로해진다. 기침과 피부 자극, 메스꺼움, 구토, 어깨 통증, 충혈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의 전형적 증상이다.
서울 시내 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의 75%가 '두통이나 건조증 등 이상 증세를 느끼고 있다'고 답할 정도다. 도시의 실외 공기 오염이 아무리 심각해도 오염된 실내 공기보다 낫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매년 300만명이 사망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도 있다.
실내 공기 바깥보다 최고 100배 오염
건물에서는 수많은 오염물질이 나온다. 난방장치의 곰팡이, 깔개 카펫 복사기 등의 포름알데히드(휘발성오염물질), 단열재와 바닥 등 건축 자재의 석면과 라돈가스 등 갖가지 화학물질이 사무실 근무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김수민 숭실대 건축학부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대인은 하루 중 70~90%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데 실내 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최고 100배 정도 오염돼 있다"고 지적했다.
먼지 이산화탄소 등과 같은 일반적 대기 오염 물질 외에도 건축 자재나 가구 등에서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복사기와 레이저 프린터도 문제다. 이들 사무 기기는 고온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오존을 내놓는다. 오존은 피부와 폐를 자극하고 천식을 일으키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실내에서의 오존 노출이 실외보다 100배나 많다고 밝혔다. 일부 레이저 프린터 토너에서는 미세 먼지도 나온다. 초미립자 형태의 미세 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폐를 손상한다.
빌딩증후군 피하는 좋은 습관
환경 문제로 인한 빌딩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채광 온도 습도 등의 근무 환경을 환기나 공기정화를 통해 자연 환경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겨울철 실내ㆍ외 온도차가 크면 감기나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실내 온도를 18~20도로 설정해 다소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내ㆍ외의 온도차는 5도 정도가 적당하며, 신생아의 경우 3도 정도면 좋다.
겨울철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건조하면 콧속의 점막이 건조해져 쉽게 코피가 날 수 있고 감기와 독감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다만 가족 중에 집먼지진드기 등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 환자가 있다면 습도가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기는 2, 3시간마다 하는 것이 좋다. 맞바람 치는 두 개의 창문을 함께 열어 두면 효과적이다. 오염된 공기가 지표에 깔려 있는 시간을 피해 오전 10시 이후, 늦어도 오후 9시 이전에 하는 것이 좋다.
잔뿌리 많은 식물이 공기 정화에 좋아
실내 공기 오염을 막는 확실한 방법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생각하면 냉ㆍ난방을 하는 여름과 겨울에는 창을 열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공기 정화 식물을 들여 놓으면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연구 결과, 밀폐된 공간에 야자류 관음죽 팔손이나무 등을 넣고 포름알데히드 2ppm을 처리토록 하면 4, 5시간 만에 30% 수준인 0.7ppm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빌딩증후군을 없애려면 잎이 커다란 식물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학자들은 큰 잎보다는 잔뿌리가 많은 식물을 곁에 두라고 조언한다.
김광진 농촌진흥청 박사는 "잔뿌리가 많은 식물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유해 물질을 잘 제거한다"며 "아레카야자이나 관음죽, 자생식물인 팔손이나무 등은 잔뿌리가 많은 데다 잎도 커 공기 정화 식물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집이나 사무실에 얼마나 많은 식물을 놓아 있어야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까. 김 박사는 "3.3㎡(1평)당 식물 1개 정도면 정화 효과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반 거실 크기인 20㎡에는 1m가 넘는 식물은 3.6개, 그보다 작은 것은 7.2개 정도가 적당하다.
한 종류의 식물보다 다양한 식물을 함께 키우면 더욱 효과적이다. 식물에 따라 잘 제거하는 유해 물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침실에는 밤에 광합성을 하는 선인장 호접란 산세베리아 등과 같은 다육식물이 좋다.
화장실에는 냄새를 잘 없애는 관음죽 스파티필름 테이블야자 네프로네피스가, 요리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많이 생기는 부엌엔 덩굴류 식물인 스킨답서스가 적당하다.
벤자민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팔손이나무는 빛이 있어야 잘 자라므로 베란다에 놓아 둬야 한다. 이 나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매연과 미세 먼지를 없애 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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