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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13> 무령왕 부부 지키던 돌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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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13> 무령왕 부부 지키던 돌짐승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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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인골이 38년이 지나고서야 밝혀지게 되었다고 당시 발굴조사원과 이를 보관해 온 국립박물관을 싸잡아 비난하는 기사가 나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노를 느끼게 했다.

발굴조사에 참가했던 필자로서는 1971년 우연히 발견 되었고 따라서 급히 조사한 당시의 사정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 외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역사는 결코 덮는다고 덮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생각할 뿐이다.

공주에 있는 무령왕릉은 흙을 구워 만든 검은 벽돌을 쌓아서 만들었다. 무덤방으로 들어가는 중앙에 널길을 마련했고, 무덤방의 북벽 중앙에 1개소, 동, 서벽에는 각각 2곳 등 모두 5곳에 불을 밝히기 위해 등을 놓았던 등감(燈龕)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천정은 네면 벽을 곧게 쌓아 올리다 윗부분을 아치형으로 쌓아 무덤방이 어떤 외부 압력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고, 거기에 무령왕과 왕비의 관을 나란히 안치했다. 이것이 발굴조사 결과 밝혀진 무덤의 구조였다.

그런데 왕릉 안에서 출토된 수많은 유물 가운데 임금과 왕비의 관이 안치되어 있는 곳을 지키기 위해 널길 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특이한 돌짐승이 있다.

최초 무덤 내부를 보았을 때 눈 앞으로 이상한 동물이 튀어 나오는 기분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무령왕릉 출토 석수(石獸)이다.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머리에 철제의 수탉 볏 같기도 한 장식물이 꽂혀있고 마치 돼지의 주둥이를 연상하게 하는 두터운 입술을 하고 입술 주변으로 붉은색을 칠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뒷모습의 엉덩이 역시 살찐 돼지의 모습인데 몸은 도드라지게 조각으로 매워 특수한 모습이었다. 무슨 동물인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는 상상의 동물로 생각되었다. 어쨌든 무덤 내부로 들어오는 악귀나 악령들을 막고 왕과 왕비의 혼령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것임은 분명했다.

사실 조사 당시 무덤의 주인공이 백제 25대 무령왕의 무덤이라고 발표되자 삽시간에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온 국민의 시선이 공주로 쏠렸고, 사람들은 빨리 공개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발굴조사에 앞서 먼저 언론에 공개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났다. 즉 널길 바닥에 놓여있던 청동제 숟가락이 밟혀 부러지고 사진 촬영차 들락날락 하다가 돌짐승의 머리 장식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부러져 떨어졌다. 1500여년 견디면서 산화되어 바람만 불어도 부러질 정도로 약해져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부러진 것이다.

세기의 발굴이라고 알려진 이집트 투탕카멘 무덤의 발굴이 있은 후 당시 발굴에 참가한 사람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알려진 것과 비슷하게 무령왕릉 발굴 후에도 운전기사의 교통사고 등 묘한 사고도 잇달았다. 모두 후일담이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이 석수가 어떤 동물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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