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16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취임 후 첫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 것은 중국 5세대 지도자로서 차기 대권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시 부주석을'차세대 지도자'라고 부르며 아키히토(明仁) 일왕 예방을 주선하는 등 파격적으로 환대했다.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그와 면담키로 하는 등 대우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일이 시 부주석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이어 중국 최고지도자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5세대 지도자 권력투쟁은 현재진행형
시 부주석은 2012년 가을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전대)까지 큰 이변이 없는 한 대권승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권력투쟁의 불꽃이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2년은 큰 변수다.
특히 올 9월 공산당 제17기 중앙위 제4차 전체회의(17기4중전회)에서 당초 예상됐던 시 부주석의 중앙군사위 부주석 선출이 불발된 것은 대권 향배에 대한 무성한 억측을 낳고 있다.
중국 최고 권력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축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는 끊임없이 경쟁하는 두 비공식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태자당(혁명원로 자녀출신 모임)'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관심은 후 주석이 같은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상임부총리를 밀고 10월1일 건국 60주년 기념식 때 건재를 과시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태자당인 시 부주석을 지원, 물밑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데 쏠린다.
최근엔 공산당이 당내 민주화를 강화하면서 과거처럼 1인자에게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당ㆍ정ㆍ군 3권을 몰아주기 보다는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역할분담론이 세를 얻으면 2012년 당 총서기를 놓고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 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 등 차세대 후보군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해진다.
18대를 뛰는 6명의 잠룡
현재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 6명의 5세대 지도자 가운데 공청단, 태자당 출신은 각각 3명이다. 이들은 정치적 배경만큼이나 서로 다른 사회ㆍ경제세력을 대표한다.
엘리트주의자로 분류되는 태자당이 기업가와 신흥 중산층을 대변한다면 공청단파는 포퓰리즘 계열로 농민, 도시빈민 등 취약계층에 관심을 쏟으며 빈부격차 해소에 주력한다.
5세대 공청단 출신에는 1980년대 초반 공청단에서 활동한 후 주속의 직속휘하였던 리커창 부총리와 리웬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왕양(汪洋) 광둥성서기 등이 핵심이다.
장쩌민 시대에 생겨난 태자당 5세대 지도자 후보군에는 시 부주석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 등이 포함된다.
아직은 시 부주석의 입지가 탄탄해 다른 후보군들은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부주석에겐 경제가 최대 복병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속 성장으로 사회빈부 격차 및 도농ㆍ민족갈등이 깊어질 수록 발전론자인 시 부주석에 대한 공청단의 저항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12차 경제5개년계획을 수립하는 2010년 이들의 물밑경쟁은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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