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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의 선구자 '폴 새뮤얼슨' 타계/ 위기의 경제 '해법' 남기고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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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의 선구자 '폴 새뮤얼슨' 타계/ 위기의 경제 '해법' 남기고 떠나다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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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당시 시카고의 중산층 거주지역에선 매일 아침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 문 밖에서 '굶어 죽기 직전이니 감자 하나만 달라'며 구걸했다."

13일(현지시간) 타계한 저명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생전 시카고대에서 공부하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남긴 말이다.

처음에는 불황기 정부의 시장개입을 정당화했던 케인즈주의에 부정적이었던 그가 결국 루즈벨트 시기 대공황 극복을 가능케 한 이론적 토대로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이게 된 것도 이 같은 생생한 체험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케인즈주의에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자율적 균형을 중시하는 고전파 이론까지 접목시켜, 시장이 완전고용 상태에 이를 때까지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신고전파 종합' 이론을 내놓는다.

그는 고용뿐 아니라 ▦주기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재정ㆍ통화정책의 실시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정책 ▦인프라 같은 공공재의 조성 등에 있어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뮤얼슨은 경제학에 미적분 등 수학을 접목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버드대 박사과정 중 현대 경제학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수학적 분석 방법의 체계를 세웠고, 이 공로로 미국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1970년)도 수상했다.

특히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강의하면서 1948년 출간한 경제학 원론 교과서 <경제학> 은 30년 동안 전세계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새뮤얼슨은 한국 경제학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60년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조순학파'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제자를 키워 낸 조 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베스트셀러 <경제학원론> 도 새뮤얼슨의 이론과 <경제학> 교과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밀턴 프리드먼 등 정부의 개입보다 시장의 자율적 균형을 중시한 시카고학파가 득세하자 새뮤얼슨의 <경제학> 은 인기를 잃었고, 그의 업적도 과거의 유산이 되는 듯 했다. 국내에서도 새뮤얼슨이나 조 순 교수의 교과서 대신, 그레고리 맨큐의 경제학 교과서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이론이 실제로 세계를 구하는 힘을 발휘한 것은 결국 교과서가 나온 지 정확히 반 세기 후인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시장이 알아서 균형과 합리적 선택을 이끌어낸다던 시카고학파의 이론은 '시장의 실패'로 인해 부정됐다. 대신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대공황 2.0'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폴 크루그먼 등 신케인즈주의자들은 전례 없는 재정ㆍ통화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대공황을 연구했던 새뮤얼슨의 제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국제 공조를 통해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했고, 지금 세계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목도하고 있다. 대공황이 만들어 낸 경제학자가 제2의 대공황을 막고 세상을 뜬 것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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