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메를 오롯이 우리의 말과 글을 가꾸는 데 바친 고 이오덕(1925~2003ㆍ사진) 선생의 글본 <우리글 바로쓰기> (한길사 발행)가 모두 5권으로 완간됐다. 우리글>
<우리글 바로쓰기> 는 강제로 말글을 뺏긴 채 살아온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외래어의 홍수에 빠진 한국어를 안타깝게 생각한 고인이 1989년 펴낸 글본이다. 이 책은 출간 후 큰 호응을 얻어 1992년에는 잡지 연재글 등을 모은 2권이 나왔고, 1995년에는 3권이 발간돼 지금까지 개정ㆍ증보를 거듭하며 1~3권 합계 약 25만부가 팔려나갔다. 우리글>
고인은 후속편을 펴낼 계획이었으나 1994년부터 지병을 앓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 묶여 나온 4, 5권은 출간되지 않은 그의 글을 모은 유작이다. 4권에는 한자 병용이나 영어 공용화 등에 반대하는 '외래어 맞서기' 내용의 글이 주로 실렸고, 5권에는 어린이를 위해 살아 있는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는 글이 묶였다.
새로 출간된 4, 5권에는 '비상(飛上)' '군무(群舞)' '호우(豪雨)' '게임'을 각각 '날아오름' '춤' '큰비' '놀이'로 바로잡는 등 우리 말을 깨끗이 하려는 그의 노력이 담겨 있다. 또 일본어에서 온 '고수부지'라는 낱말을 '둔치'로 대신하자는 주장에 대해 "고수부지는 큰물이 져 강물이 불었을 때 잠기는 곳이고, 둔치는 늘 흐르는 강물에 땅이 닿는 곳이므로 서로 다르다"며 "'강터'로 바꿔 쓰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는 등 말과 글을 제대로 바로잡으려는 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실렸다.
그는 1989년 1권을 내며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민주고 통일이고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3년 뒤에 이뤄질 것이 20년 뒤에 이뤄진다고 해서 그 민주와 통일의 바탕이 아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 아주 변질되면 그것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잘못 병들어 굳어진 말은 정치로도 바로잡지 못하고 혁명도 할 수 없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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