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 캠리의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협공에 나섰다.
지난달 기아차가 K7을 출시한대 이어 16일 기존 그랜저의 외관과 사양을 업그래이드한 '더 럭셔리 그랜져' 시판에 들어간다. 당초 현대차는 더 럭셔리 그랜져를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시판을 앞당겼다. 도요타 캠리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0월 국내에 상륙한 캠리는 단숨에 수입차 시장 1위 차종에 올랐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캠리는 지난달 국내 수입차종 중 가장 많은 451대가 판매됐다.
올해 예약 물량이 5,000대를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수입차 시장을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400~2,700㏄급 준대형 시장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차의 K7은 초반 마케팅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출시 후 10일만에 계약 1만대를 돌파하고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설계에 고급스러운 디자인 덕분이라는 게 기아 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K7은 동급 최고 수준 연비인 리터당 11.8㎞(2,400cc 모델)를 달성했다. 가격대가 캠리의 3,490만원과 겹친다. K7의 주력 모델인 VG270이 3,060만∼3,800만원 선이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흥행 성공도 K7의 순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드라마에서의 노출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내년에 국내 3만5,000대 해외 5,000대 판매 달성은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6일 기존 그랜저의 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고급 사양을 추가한 더 럭셔리 그랜저를 출시한다.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무기로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더 럭셔리 그랜저가 플랫폼(차대)을 공유하는 기아차의 K7과 경쟁하며 수입차로부터 국내 준대형 시장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럭셔리 그랜저는 2005년 4세대 그랜저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외관, 성능에 변화를 주었다. 범퍼, 램프(LED), 라디에이터 그릴, 머플러 등의 디자인이 바뀌면서 전ㆍ후면부 모습이 다이내믹해졌다는 평가다.
내부는 해외 명차에서 쓰이는 고급내장재(알칸타라)가 사용됐다. (2.7 럭셔리 모델 이상에서 선택 가능) 안전과 편의성도 대폭 강화됐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로 주행 승차감을 향상했고 측면과 사이드커튼 에에백 등의 안전사양을 전모델에 장착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가격. 더 럭셔리 그랜저의 판매가격은 Q240이 2,713~2,891만원, Q270 2,985~3,403만원이다. 기존 그랜저 가격에서 60~90만원정도 인상됐다.
캠리와 비교되는 Q240모델은 충분히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VDC와 에어백을 기본으로 추가하고도 가격 인상은 최소화해 고객 부담을 줄었다"며 "준대형 시장에서 경쟁 차종을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ㆍ기아차의 잇따른 출시로 내년 국내 준대형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기존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 외에 닛산의 뉴 알티마가 1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준대형급 시장은 공격하는 일본 수입차와 수성에 나서는 국내 업체간의 경쟁이 뜨거울 것"이라며 "성능은 큰 차이가 없어 결국 가격과 서비스가 승부를 좌우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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