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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던컨 UCLA한국학센터 소장 "세계 학계서 보는 한국학 위상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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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던컨 UCLA한국학센터 소장 "세계 학계서 보는 한국학 위상 높아져…"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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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에게 한국은 여전히 낯선 나라다. 휴대폰과 자동차에 붙은 브랜드가 한국의 역사나 문화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공업화 이후의 성장률이 부각될수록 인문적 전통에 대한 무지는 상대적으로 깊어졌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도 한국의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온 색목의 학자들이 있다. 존 던컨(64) 미국 캘리포니아대(LA) 한국학센터 소장은 그 대표적 학자다.

그는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꾸준히 한국을 연구해 왔다. 던컨 교수로부터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만 30여명. 그는 미국 사회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도 열성인데, 지난 봄 캘리포니아주 중ㆍ고교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 관련 기술이라고는 한국전쟁밖에 없던 교과서에 역사, 문화 부분을 추가한 것이다. 제2회 국제교류재단상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한 그를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_ 여말선초 시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안다. 그 시기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지금은 근현대사 아니면 고대사가 학계의 주류지만, 당시(그는 자신을 "69학번"이라고 했다)에는 식민지사, 해방사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3선개헌이나 계엄령으로 학교(고려대)가 어수선하던 때다. 또 당시 동아시아사에 대한 미국 학계의 주된 관심은, 지금 생각하면 분명 그릇된 인식이지만, '왜 중국이나 한국은 일본처럼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시기를 연구하게 됐다. 이제 찬밥 신세가 됐지만."(웃음)

_ 세계 학계에서 한국학의 위상은 어떠한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예컨대 영국 런던대 같은 곳도, 한국학은 일본학이나 중국학 전공자가 곁가지로 가르치는 분야였는데.

"많이 달라졌다. 지적한 런던대 아시아ㆍ아프리카전문대학(SOAS)에 가 보면 홍경래 난 전공자가 한국 역사를, 고려시대 문학 전공자가 한국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10곳이 넘고, 전공 교수도 30여명 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성장했다."

_ 한국의 인문적 전통에 세계의 학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있는가. 한국학이란

것이 혹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새로운 호기심의 대상을 발견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컨대 선불교 같은 경우, 예전에는 오롯이 중국의 것으로 간주됐는데 로버트 버스웰 교수(UCLA 교수로 한국 불교를 전공한 석학)의 노력으로 원효가 오히려 중국 선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에서 발생돼 한국과 베트남과 일본으로 전파된 것'이라는 동아시아 문명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학의 존재로 깨진 것이다."

_ 일본에 의한 한국 국권 침탈이 내년으로 100주년이 된다. 한국의 식민지 경험이 한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식민 지배와 관련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피식민 경험이 뒤늦은 근대화와 겹쳐져 열등의식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과 비교해보자. 일본도 외세에 의해 개항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일본은 19세기 말 자신들의 의지로 근대화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1850~60년대 일본은 그야말로 '개판'이었으나 어쨌든 자생적 근대화의 시간이었다. 반면 한국은 강화도가 뚫린 후 연이어 일본과 청과 러시아의 침탈이 닥쳤다.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는데 한국은 실패했다'고 규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_ 학계의 풍토나 대중적 측면에서나, 한국은 유독 폐쇄성이 강한 나라로 인식된다. 탈민족, 혹은 다문화의 흐름에서 한국을 평가하자면.

"예전에 비해 개방적이지만 여전히 폐쇄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학에 한정할 때 국내ㆍ국외파를 나눠 한국사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연구자의 영역으로 고수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세계라는 큰 틀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결국 다문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외국의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이나 멀티컬쳐럴(muti-cultural) 담론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한국적 특수성에 맞춰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던컨 교수는 16일 국제교류재단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강연 등 일정을 마친 뒤 1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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