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도, 별로 차가운 것은 아니지만 별로 뜨겁지도 않은 이 온도는 2009년 12월15일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의 행복온도'다. 금년도 목표 모금액 2,212억원의 25.2%인 559억원 밖에 모금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관의 2008년 모금액 2,703억원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의 힘
다른 기관에 기부했거나 사회복지시설에 직접 기부했을 수도 있고, 아직 연말이 되지 않았으니 기부가 줄었다고 바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던 해였는 데 비해 지금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어 이 기부금액 수준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누구나 느끼듯이 우리는 매우 팍팍한 세상에 살고 있다. 유럽의 복지국가와 같이 나라가 국민생활을 책임지지도 않고 옛날처럼 가족의 정, 이웃의 정에 기대어 살 수도 없다. 복지제도가 상당 부분 두터워진 게 사실이지만 어려운 이웃이 도처에서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의 힘만으로는 빈곤과 소외의 음지 속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에서는 복지 지출을 위해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기부도 많이 한다. 자국민을 위한 지원도 쉽지 않을 텐데 저개발국 원조를 위해서도 돈을 척척 내놓는다. 삭막하게 보이는 미국만 해도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고 남을 돕고 지원하는 배려의 정신이 꽤 생활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2만 달러 국가인 우리나라의 조세와 사회보장 부담을 합한 국민부담률은 GDP의 27% 내외로 추정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높지 않은 데도 기부가 적은 것은 마음의 문제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올해 시작된 내 고장 사랑카드와 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본인이 지정한 지방의 발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내 고장 사랑카드운동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지방을 돕는 상부상조의 전통을 새롭게 재현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기부와는 다르지만 추상적 기부와 달리 실체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기부하려는 마음을 더 크게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 중인 휴먼네트워크도 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복지제도는 개개인의 특수한 복지욕구를 채워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복지가 맞춤형 복지 수준으로 가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돈이나 물질도 중요하지만 끈끈한 사람의 정이 더욱 그립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멘토와 멘티 형태로 이어주는 휴먼네트워크는 한 차원 높은 기부행위에 속할 것이다. 이런 사업들이 잘 정착되면 기부와 자원봉사가 일체화된 한국적 사회통합 모형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닌 1%의 사랑실천
연말연시에는 모두가 바쁘다. 바쁜 중에도 아쉬움이 가슴을 쓰리게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루지 못한 계획들이 생각나서도 그러겠지만, 나이듬의 외로움이 가슴을 때려서가 아닌가 한다. 난방 온도만 높여서는 추위는 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얼어 있는 가슴을 녹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 꼭 안아주어야 모두가 훈훈해질 수 있다. 금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이 생각난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말이 그렇듯이 저물어가는 세모(歲暮), 내가 지닌 1%라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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