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1로 뒤진 서울 SK의 경기 종료 12.4초 전 공격. 공을 잡은 방성윤은 2.9초를 남겨두고 단독 골밑 돌파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전 돌입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SK 벤치의 환호성이 끝나기도 전에 '기적'이 일어났다. 마지막 공을 건네 받은 전자랜드 정영삼이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 던진 버저비터는 백보드를 맞고 거짓말처럼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SK는 망연자실했고, 전자랜드 선수들은 얼싸안으며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전자랜드가 15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9~10 KCC 프로농구 경기에서 정영삼(9점)의 약 9m 짜리 버저비터 3점포를 앞세워 SK를 74-71로 제압했다. 전자랜드는 시즌 두 번째 연승에 성공하며 탈꼴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전주 KCC에 패한 9위 대구 오리온스와는 1경기 차. 반면 SK는 7연패를 끊자마자 다시 4연패에 빠졌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막판 2분 안에 휘몰아쳤다. 전자랜드는 경기 종료 2분28초를 남기고 서장훈의 3점슛으로 70-62로 점수를 벌려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SK는 수비에 성공하면서 사마키 워커의 덩크슛과 주희정의 3점포가 잇따라 터져 67-70으로 좁혔다. 이어 파울 작전으로 전자랜드 박성진의 자유투를 1개로 막은 뒤 방성윤의 극적인 동점슛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정영삼의 손끝에 마지막 기운을 불어넣으며 혈투를 마감하게 했다.
전자랜드 서장훈(25점)은 지난 13일 오리온스전에서 야투 14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신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이날도 12개를 시도해 11개를 적중시키는 신기의 슛 감각을 자랑했다. 또 리바운드 5개를 보태 프로농구 최초의 4,500리바운드(4,502개)도 달성했다.
대구에서는 KCC가 골밑을 장악한 하승진(24점 10리바운드)을 앞세워 오리온스를 80-65로 대파했다. 이로써 KCC는 16승(9패)째를 올리며 공동 3위이던 원주 동부(15승9패)를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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