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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이 희망이다/ <중> 현대 ·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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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이 희망이다/ <중> 현대 · 기아차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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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둥 '무한질주'… 큼직한 헤드램프·그릴로 중국인 "맘에 쏙"

베이징현대 딜러 펑샤오핑(憑曉平ㆍ36)씨는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최근 판매가 급증,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중국형 아반떼 위에둥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딜러들 간에도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펑씨는 "위에둥은 좋은 직장을 가진 30, 40대 중국인들의 마스코트로 인식될 정도"라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에다 실내 공간도 경쟁 차종인 도요타 코롤라보다 넓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니뜨아난드 (Nithanandㆍ43)씨는 요즘 부인의 웃음소리에 어깨가 으쓱거린다. 올 여름에 40만루피(약 950만원)에 구입한 현대차 i10 때문이다. 당시 경쟁 차종인 자국산 타타차의 비스타, 마루티 스즈키의 에이스타와 비교했으나, 지인들 사이에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입소문이 난 i10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뜨아난드씨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에서 i10은 작지만 튼튼한 차로 정평이 높다"며 "i10 구입에 대해 무엇보다 아내가 만족해서 좋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올해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3분기 누적영업이익이 현대차 1조3,978억원, 기아차 7,327억원을 기록, 4분기 실적에 따라 영업이익 3조원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약진은 세계1위 일본의 도요타가 3분기까지 약2,300억엔(약 3조원)의 누적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것과 대조가 되고 있다.

▦철저히 준비된 신흥시장 공략

이 같은 호성적은 미국 시장 점유율 5% 돌파와 더불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대한 '쌍끌이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물론 환율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 품질 향상은 하루 아침에 이루질 수 없다. 신흥시장에서의 현지 전략 차종 생산 역시 그렇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설비투자에서 생산까지 최소 5년이 걸린다. 결국 현대ㆍ기아차의 준비된 전략이 위기 속에 빛을 본 것이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43만6,000여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무려 배에 가까운 80만대를 팔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베이징현대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 판매량을 36만대로 예상 했었다. 예상치의 배를 뛰어 넘는 실적이다.

앞으로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인도 역시 생산량이 급증, 올해 내수 30만대, 수출 30만대 등 6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영업총괄 사령탑을 맡고 있는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말"지역별로 현지화 차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라며 "한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은 다른 지역 마케팅에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취향과 정책을 읽었다

지난해 4월 선보인 위에둥(아반떼 현지모델)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중국 현지 전략 차종이다. 큰 헤드램프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반영, 아반떼를 변형했다. 그 결과 첫 선을 보인 지난해 8만5,974대에 불과했던 위에둥은 올해 10월까지 19만7,496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팔린 아반떼 판매 대수(8만7,745대)의 배 이상이 중국에서 팔린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는 올해 NF쏘나타의 현지 모델인 링샹과 EF쏘나타의 현지모델 밍위도 잇따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두 헤드램프와 그릴이 큰 것이 디자인의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준중형인 위에둥은 중국정부의 중소형 차량에 대한 교체지원 혜택과 공격적 마케팅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큰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앞으로 중형차 부분에 대한 경쟁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는 해치백 스타일의 i10이 있다. 1,100㏄, 1,200㏄ 엔진을 단 i10은 소형차가 승용차 내수의 80%를 차지하는 인도시장의 특성을 감안, 현대차가 내놓은 전략 차종. 현지 사정에 맞는 디자인과 성능 덕분에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지 주요 언론으로부터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때마침 내수 진작을 위해 인도 정부가 내놓은 물품세 인하 정책의 효과도 톡톡히 보면서 현대차는 9월까지 21만1,147대를 판매, 전년동기보다 10%이상 판매가 늘었다.

현대차는 인도 내수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생산판매 2위에 올랐다. 인도의 경우, 내수뿐 아니라 값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생산량의 절반(약20만대)을 유럽과 아프리카로 수출, 현대차 글로벌 전략의 새로운 성공적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인도에서 판매가 급신장하자, 현대차는 인도에 기술연구소를 여는 한편, 중국에는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제3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올해 거둔 성적이 내년에도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각국 자동차업체들이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피아트가 합작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인도에서는 닛산, 도요타가 소형차 부문 투자를 선언했다. 폴크스바겐은 아예 스즈키를 인수했다. GM도 중국 상하이차와 손을 잡고 인도시장을 노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경기 흐름상 신흥시장에서의 성패가 당분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쟁에서 생존 여부를 판가름 할 것"이라며 "올해 브라질 공장 착공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기존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車업계 "美 시장만 바라보던 시절 갔다"

얼마 전까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성공하려면 미국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모든 환경이 급변했다. 이제는 '생존하려면 신흥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GM이 파산보호 신세가 돼 General Motors가 Government Motors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도요타 역시 예외가 아니다. 1,000만대 생산능력을 자랑하던 세계 1위의 도요타도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생산량을 줄이고 감원에 나섰다. 금융위기 이후 급속한 수요 감소 탓이다.

실제로 세계자동차 시장은 2007년 6,955만대가 팔려 7,000만대 시대를 눈 앞에 두는 듯 했으나 2008년 6,618만대, 올해 6,133만대(예상치)로 급속히 줄어 들었다. 미국은 2007년 1,696만대에서 올해 1,319만대 수준으로, 유럽(EU)은 1,823만대(2007년)에서 1,560만대로 판매가 줄었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난 곳도 있다. 바로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다. 중국은 879만대(2007년)에서 올해 1,288만대 수준으로, 인도는 199만대(2007년)에서 올해 219만대 수준으로 늘었다. 브라질(2007년 238만대->올해 252만대), 러시아(2007년 260만대->올해 312만대)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이들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닛산, 도요타는 물론 미국 GM은 올해 인도 공장을 증설하거나 현지 합작사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GM은 이달 초 중국의 상하이차와 인도 내수를 노린 경ㆍ소형차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상하이차는 수년내 2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시장의 팽창은 '경이' 그 자체다. 중국은 올해 미국(1,030만대 예상)을 제치고 1,288만대로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에도 1,356만대 판매로 1위가 예상된다. 이 같은 중국시장의 팽창으로 주요 자동차 업체는 중국 시장 공략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사활을 걸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쥐게 된 이탈리아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도 지난달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GM 내부에서 조차도'이제 GM의 최대 판매처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서둘러 베이징 3공장 설립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신흥시장에 목을 멘 이유는 풍부한 내수 탓만이 아니다. 생산기지로서의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20%도 안 되는 인건비로도 고급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은 모두 자동차 생산에 없어서는 안되는 '철강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자동차업체들의 신흥국 러시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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