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의 해외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과거 여러 차례 나온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재확인한 차원이라지만 북한의 위협이 엄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샤프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각)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 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세계에 배치(regionally engaged and globally deployed)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 동안 미국 측에서 언급해 왔던 주한미군의 해외 파병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앞서 여러 차례 주한미군의 용도 전환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한반도에만 집중하는 붙박이 미군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동북아 또는 세계 미군의 전략적 배치 차원에서 언제든 유연하게 한반도를 들락날락할 수 있는 부대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군의 복안이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전략적 유연성'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달 19일 방한 당시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여러분 중 일부는 아프간에서 근무했고 일부는 다시 파병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도 10월 22일 한미연합사에서 가진 주한미군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과 관련한 논란을 일으켰다.
더구나 1년이었던 주한미군의 근무기간이 향후 가족을 동반한 최대 3년으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다른 해외 미군기지처럼 임무 후 복귀하는 방식이 적용될 것이란 관측도 우세하다. 샤프 사령관도 이날 "(해외배치 주한미군이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며 한국으로 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면서 "그 가족들은 한국에 남아 있고, 배치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누차 강조해 온 주한미군의 대 북한 전력 유지 여부다. 현실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력이 대북 억지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샤프 사령관은 이날 "우리의 가장 큰 책임은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며 "이런 일(주한미군의 해외 배치)이 당장(today) 일어날 준비를 우리는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주한미군의 전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한국군의 역할 확대 등으로 환경이 변화할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관장하려 하는 미군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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