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중미 온두라스 감옥에 갇혀 있던 한지수(26ㆍ여)씨가 수감 83일 만에 가석방됐다.
1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씨 변호인이 온두라스 법원에 낸 '예방조치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한씨가 보석금 1만달러를 내고 14일(현지시간) 가석방됐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한씨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온두라스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은 내년 2월 전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씨가 온두라스에 간 것은 지난해 5월. 스킨 스쿠버 강사 과정을 밟기 위해서였다. 한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호주 남성 댄 로스(31)씨와 한 집에서 살았다. 그 해 8월22일 악몽의 밤이 찾아왔다.
로스씨가 술에 취한 네덜란드 여성(당시 23세)과 함께 들어왔는데, 한씨가 오전 3시쯤 도와달라는 소리에 잠에서 깨보니 이 여성이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여성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숨졌다.
한씨는 참고인으로 온두라스 경찰 조사를 받고 한 달 뒤 귀국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로스씨도 증거부족으로 풀려난 뒤 온두라스를 떠났다.
이후 한씨는 지난해 말부터 이집트에서 스킨 스쿠버 강사로 일했는데, 올 8월27일 어머니가 있는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카이로 공항에서 살인 혐의로 인터폴에 체포됐다. 재수사에 들어간 온두라스 경찰이 타살 증거를 발견했다며 호주 남성 로스씨와 함께 한씨를 공범으로 수배한 것이다.
한씨는 9월 온두라스 라 세이바 교도소로 이감됐다. 한씨의 사연은 생업을 접고 온두라스로 간 아버지 한원우(65)씨가 주3회 허용되는 면회 때 딸의 편지를 받아와 인터넷에 올리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자와 중남미 전문 변호사, 외교부 직원 등을 온두라스로 파견해 현지 사법당국과 접촉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한씨에 대한 정부의 신원보증을 요구했다.
네티즌들도 구명운동을 펼쳤다. 국과수는 현지 경찰 수사와 관련, 사인이 1차 부검 당시 뇌부종에서 2차 부검 때 질식자로 바뀐 점, 마약중독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한 점 등을 의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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