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貴州省) 양쯔강 지류에서 '수수께끼의 괴물'이 발견돼 화제를 뿌린 적이 있다. 고래만한 물고기가 강물 위로 솟구치는 화면이 공개돼 '양쯔강의 네스'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잉어의 일종인 '백련어(白鰱魚ㆍSilver carp)'로 밝혀졌다. 이 놈은 보통 몸길이가 1m를 넘고, 체중이 20㎏ 이상인데 중국 기록에 의하면 1986년 이 지역에서 100㎏이 넘는 놈을 낚싯대로 잡았다고 한다. 인근 쓰촨성(四川省)의 명물 요리인 '칭탕위완(凊湯魚丸)'의 주재료로 쓰이다 보니 대륙의 4대 양식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놈들이 어떻게 미국까지 갔는지, 요즘 미시시피강에선 '백련어와의 전쟁'이 한창이다(10면에 사진). 아가리가 큰 놈들(일명 silver bighead)이 물고기 대신 조류와 플랑크톤만 먹어 치우니 생태계를 파괴하고, 갑자기 한꺼번에 튀어 올라(일명 flying carp) 수상스키나 제트스키를 즐기던 주민들에게 부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매년 이때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미시시피강과 연결된 오대호로 들어갈 경우 생태계 파괴와 관광객 피해가 심각할 터이다.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느니 수문을 만드느니 하며 연방정부와 주의회가 고민에 빠졌다.
▦태생이 'Made in China'이니 우리와 인연이 없을 수 없다. 다른 물고기를 없애지 않고 물만 먹고(?) 몸을 키우는데 육질까지 맛있으니 요리감으로 적절하다. 먹을 거리가 귀했던 1960~70년대 당시 수산청에서 치어 수백만 마리를 낙동강과 영산강, 호수 등에 방류했으나 어떤 이유인지 우리의 민물에선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2006년 자료에 의하면 외래어종 가운데 블루길과 배스가 99.68%나 되는 반면 백련어는 0.003%에 불과했다. 간혹 한 두 마리가 영산강과 한강에서 빈사상태로 발견돼 그 크기 때문에 화제가 됐으나, 최근엔 그마저도 사라졌다.
▦미국 쇼핑센터가'Made in China'에 점령 당한 상황에서 미국의 자연, 그것도 아메리카의 상징인 미시시피강이 백련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니 흥미롭다. 바닷고기도 잘 먹지 않는 미국인들이 민물고기를 식용으로 소비할 수도 없고, 돌고래와 같은 점핑 재주를 가진 놈들을 마구 포획해 폐사시킬 수도 없을 터이다. 미시시피강 상류 바로 그 곳이 고향인 블루길 배스 등이 우리나라와 중국에 들어와 생태계를 파괴한 것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블루길과 배스가 웨스턴 스타일의 육식동물이고, 백련어가 오리엔탈 스타일의 초식동물인 점도 대조적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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