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후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 환매가 계속되는 바람에 연말인데도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만이 연일 2,000억원대가 넘는 순매수로 증시를 이끌어 가는 형국이다.
주요 증권사와 전문가 역시 외국인 독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내놓은 시황자료에서 "올 4분기 이후 경기회복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외국인 매수세가 글로벌 증시 회복 분위기와 국내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종의 실적 호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다시 재개됐다"고 밝혔다.
이승우 연구원은 "엔화 및 달러화 움직임도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대부분은 금리가 낮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도 추가 하락 여지가 커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9월 이후 한국 증시의 등락률이 세계 주요국 증시에 비해 저조했다는 점도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도 외국계 증권사의 2010년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이 국내 증권사보다 밝은 점에 주목, 내년에도 외국인 주도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UBS 등은 내년 코스피지수 고점을 각각 2,300포인트와 2,000포인트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증권사(1,800~2,000포인트) 보다 100~200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다. 이선엽 연구원은 "이들 증권사의 전망이 실현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2010년에도 국내 증시를 주도할 세력은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전면에 나선 만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는 종목이 유망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연말까지는 자동차와 관련 부품, 그리고 일부 기술주 등 외국인이나 기관이 관심을 두는 종목 위주로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은 아예 외국인 매수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업종과 종목에 대한 비중확대를 권유하고 있다. 조승빈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와 업종지수의 상관관계가 높은 종목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가 높아진 화학, 전기전자, 운수장비, 은행업종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되는 종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SK케미칼, LIG손해보험, LG하우시스 등이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소개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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