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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계천과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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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계천과 4대강

입력
2009.1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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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초반 대선주자 여론지지도 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2005년 1월 초 한 여론조사 결과는 고건 24.2, 박근혜 22.9, 정동영 13.2, 이회창 9.7, 이명박 9.6%였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공사 완공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연일 언론의 청계천 특집이 나간 데 힘 입어 4월쯤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따라 붙기 시작했다. 10월1일 청계천 완공 후에는 완전히 앞질러 고건 전 시장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그가 대선주자로서 부동의 지지도 1위를 굳히기까지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이른바 '청계천 특수'가 결정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민주당의 격렬한 4대강 살리기 예산 삭감 투쟁에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제2의 청계천 신화를 두려워한 결과"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2012년 연말 대선에 앞서 4대강 살리기 공사가 끝나면 선거는 해보나마나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기를 쓰고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2011년 장마 전에 4대강 살리기의 거의 모든 사업을 끝낼 것"이라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언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선용이라는 의혹과 공방을 한층 부채질할 법하다.

▦ 본류 준설과 보 설치 중심의 4대강 사업은 청계천 복원과는 다르다. 홍수 대응 능력을 늘리고 그림 같은 수변 풍경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래 태풍과 장마로 인한 큰 수해는 대부분 강 본류가 아니라 지천 상류지역에서 발생했다. 4대강 사업이 끝난 2012년 여름 장마나 태풍으로 지천 상류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연말 선거는 거꾸로 해보나마나가 될 수 있다. 당장 내년 여름에 대규모 수해가 일어난다면 본류 중심의 4대강 사업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태풍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 상류지역 피해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맞지 않은 비교였다. 근래 우리나라는 강우 일수는 줄면서 전체 강우량은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비가 한번 왔다 하면 엄청나게 쏟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맞게 치밀한 방재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필수다. 4대강 사업을 임기 안에 끝내려고 몰아붙이는 정부여당이나 무조건 반대만 하는 야당 모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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