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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리스크? 금통위 기자회견 있을때마다 금리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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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리스크? 금통위 기자회견 있을때마다 금리 '출렁'

입력
2009.12.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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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오전 기준금리 동결결정을 내렸을 때만해도 채권시장은 잠잠했다. 99%의 채권 전문가들이 동결을 예상했을 정도니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금통위 회의후 기자회견에서 이성태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기 시작하자, 그 때부터 금리는 폭등(채권값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 총재는 "내년부터는 매달 인상 타이밍을 고민하겠다"며 조기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수평선, 문(출구), 헬리콥터 등 갖은 비유까지 동원했다. 시장은 사색이 됐다.

장 막판 상승폭을 다소 줄이긴 했지만, 금리가 하루 0.09%포인트나 뛰자 채권시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9월부터 넉 달째 이 총재의 발언에 따라 금리가 폭등ㆍ폭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안전자산이라 하루 변동 폭이 크지 않은 편.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평소에 겨우 0.02~0.03%포인트 정도 움직이던 금리가 금통위 기자회견 때마다 0.1~0.2%포인트까지 움직였다"며 "큰 손실이나 이익을 보는 일이 자꾸 생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선 심지어 '이성태 리스크'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총재 발언과 금리 움직임

실제로 이 총재의 발언은 9월부터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는 9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금융완화 강도는 경제상황에 비추어 매우 강하다"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중대 변수로 지적하자 채권 애널리스트들은 '연내 금리인상'으로 해석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 새 무려 0.21%포인트나 치솟았다.

10, 11월은 반대였다. 한은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던 10월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지난달 발언은 '금리인상이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마치 금방 임박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감이 있다"면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시장엔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채권 금리는 0.11%포인트 급락했다.

11월에는 더 나갔다. 이 총재는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가는 이유는 그것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득이 손실보다는 더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당연히 '금리인상이 물건너갔다'고 해석했고, 금리는 0.08%포인트 떨어졌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없애자"

이 총재 발언 후 시장이 너무 출렁거리자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채권 딜러들은 한달 동안 번 만큼을 금통위가 열리는 하루만에 까먹거나 반대로 한 달 동안 잃은 금액을 하루에 만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금통위 기자회견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잡음(noise)'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어떤 애널리스트는 금통위 기자회견을 차라리 없애는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성명서(Statement)만을 낸 채, 별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 대신 성명서엔 금리방향과 관련된 충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 결정 후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금통위가 내는 통화정책발표문에 충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총재 기자회견이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아무래도 통화정책방향을 정제된 문장 아닌 말로 설명하다 보니까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쏠림 현상 해소 측면도

시장의 불만에 대해 한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는 어디까지나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인데 시장이 과민반응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익을 보든 손실을 보든 좀 움직여줘야 하는데, 장기간 금리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이 총재의 발언을 변동성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잡음'을 끼게 하는 주체가 이 총재뿐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펀드 운용역은 "총재의 10, 11월 발언이 너무 '비둘기'적이었는데 그게 시장에 '한은이 정부 때문에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방향이 확 쏠렸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반복적으로 금리 올리지 말라고 하니 시장이 그쪽으로 쏠렸다가 한은 총재 발언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한은 아닌 정부당국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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