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이 코너에서 글로, 책으로 유명세를 얻은 사람이라면 함량 미달의 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은 갖춘 글을 쓰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책 쓰기를 두려워하거나, 지나치게 결벽적인 태도를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라면 좀 미숙하더라도 책 한 권 내는 것이 보람도 있고 기쁘기도 한 일이다.
지난 9, 10일 대구에서 책 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여러 행사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 3,981명이 쓴 자신만의 책 전시회다. 학생 별로, 동아리 별로 쓴 책 600여권이 전시됐다. 이들 책이, 출판사가 낸 책처럼 버젓한 것은 물론 아니다. A4 용지 30쪽 정도 분량을 책의 형태로 낸 것이기 때문에 언뜻 보고서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대구에서는 올해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1인 1책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글짓기와 같지만 원고지 모음이 아니라 책의 형태로 낸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공부하기에도 바쁜 학생들이기에 책에 거창한 내용을 담지는 못한다. 대개 자신의 꿈, 진로, 고민 등 개인적인 내용들이다. 그래도 여고생 13명이 쓴 <13+1>이라는 책은 시중에서 판매까지 돼 출간 1주일 만에 1쇄 인쇄본이 다 팔려 나가기도 했다.
이 운동에 관여한 한 교육공무원은 "학생들의 태도가 다르다"고 말한다. 비록 서점에서 판매하는 멋진 형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책이라고 하니 관련 자료를 모을 때나 글을 쓸 때 더 진지하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책을 내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지식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역시 학생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책을 완성한 뒤 학생들이 대단한 성취감, 만족감을 느낀다"며 "책을 낸 아이들은 표정도 다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책 쓰기 운동이 첫발을 뗐으니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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