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주최자는 참가자들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그제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의 집회ㆍ시위 문화에 비추어 볼 때 의미가 작지 않다. 불법 행위 예방에 노력하지 않을 경우 집회ㆍ시위 주최 측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피해라 해도 피해액 전액을 물어주게 된 만큼 집회ㆍ시위 관련자 모두 질서유지를 위해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집회 질서유지에 본질적 한계가 있다 해도 주최자와 질서유지인이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 책임은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전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뒤늦은 질서유지 조치는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집회ㆍ시위 주최 측의 형식적인 통제도 질서유지 노력으로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축소해 주던 법원의 관행을 뒤집고 질서유지에 무성의한 주최 측에 피해의 전적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ㆍ시위 주최자는 질서유지인을 임명해 참가자들이 도로 점거나 가두 시위, 폭력 행사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또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질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종결 선언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법 규정은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회ㆍ시위 주최자가 모든 참가자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질서유지인은 형식에 그칠 뿐이다. 때로는 그런 현실적 어려움을 빌미로 참가자들의 일탈적 시위나 과격한 폭력 행사를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결국 평화적 집회ㆍ시위 문화의 정착은 주최자와 참가자 모두의 의식 전환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법 테두리 내에서 평화적 방법과 수단으로 집회ㆍ시위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법적ㆍ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물론 합법적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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