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가 의심스럽다면 옷깃에 묻은 립스틱자국이나 신용카드 영수증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뒤져보라."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이 우즈가 술집 종업원 제이미 그럽스에게 보낸 야한 문자메시지를 계기로 확산된 것처럼 최근 미국 이혼법정에서 문자 메시지가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문자메시지 때문에 패가망신한 유명인사는 우즈가 처음이 아니다. 쾀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시장은 여비서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법정 폭로되면서 거짓 증언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갔고, 짐 기본스 네바다주 주지사도 애인과 800통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이 지난 봄 이혼소송에서 드러나 패소했다. 선거 참모와 불륜 관계가 드러나 당직을 사퇴한 공화당 존 엔자인 상원의원도 휴대전화 때문에 정부(情婦)의 남편에게 불륜사실이 들통났다.
컴퓨터 이메일 사용자들은 대개 메시지를 삭제한 후에도 컴퓨터에 그 내용이 남는다는 것을 잘알고 있지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사용자는 문자를 전송하고 나면 모든 것이 허공으로 사라질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보낸 사람 휴대폰에서 문자를 삭제하더라도 받는 사람이 보관하고 있을 수 있고, 통신사도 최대 10일까지 문자내용을 자동보관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된 메시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같으면 소문에 그쳤을 각종 스캔들이 문자 메시지로 인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이혼관련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들도 지난해부터 문자 메시지와 과거 인터넷 접속 이력, 네트워크 사이트 접속 등 전자 증거를 소송에서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급기야 미국 변호사협회는 올 가을 이혼소송에서 '전자증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미나까지 열었다.
미 변호사협회 가족법 부문 의장인 미첼 칼프 변호사는 "문자로 남아있는 불륜의 증거가 제시되면 더 이상 이혼 전 화해는 불가능해진다"며 "이혼 소송에서 누군가 몇 줄짜리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한다면 그걸로 재판의 승패는 결정된다"고 NYT에 말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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