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0일 확정한 외국어고 체제 개편 방안의 핵심은 외고를 살리되 입학전형과 교육과정 등은 대폭 손질하는 것이다. 정원 축소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제고나 자율형사립고 등 다른 형태의 학교로 선택해 전환토록 했지만, 외고 존치보다는 아무래도 비중이 떨어진다.
지난달 공청회를 통해 시안을 접한 뒤 "사실상 외고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며 강력 반발했던 외고 입장에선 한숨 덜게 됐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외고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아 논란은 오히려 가열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등 교과부가 내놓은 입시 개편안이 사교육비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존속에 방점
교과부의 최종안은 지난달 27일 공개됐던 외고 개선 시안 중 1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고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준을 '학년당 10학급ㆍ학급당 학생수 25명'으로 대폭 완화한게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시안은 외고 폐지에 무게가 실렸었다.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특수목적고 설립 취지대로 외고가 운영되려면 현 외고 정원(학년당 36.5명ㆍ학급당 학생수 12학급)을 '과학고 수준(16.9명ㆍ6학급)'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시안의 골자였다. 전체 정원의 최대 50% 이상 감축이 외고 존속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시안을 무색케했다. 외고 제도 개선 시안 용역을 맡았던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확정된 외고 개선안으로는 특목고 설립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교육이 어렵다"며 시안과 다른 최종안을 비판했다.
현재 학급수는 서울 대원ㆍ대일ㆍ명덕외고가 각 12학급, 서울ㆍ한영외고 각 10학급, 이화외고 6학급 등이다. 개편안은 공립외고의 경우 2011학년도 학생 선발 때부터 '학급당 25명 수준'을 적용토록 했으나, 학생수가 더 많은 사립외고는 유예기간을 뒀다.
앞으로 5년 이내에 학생수용 계획 등 시도 여건에 맞춰 학생수 감축안을 시행토록 한 것이다. 외고 측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2012년까지 국제고 등 다른 유형 학교로 전환해야 하지만, 국제고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가 22.7명으로 오히려 외고 존속 요건보다도 까다로워 대부분 외고 측이 정원을 줄이는 선에서 최종 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교과부는 외고 측에 '당근'까지 제시한 상태다. 외고가 학생과 교사를 줄이는데 따른 재정 결함을 환경개선지원금이나 과원 교사 명예퇴직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보충해주겠다는 것이다.
외고 사교육비 줄어들까
새로 선보인 외고 입시 전형안이 과연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중학교 내신 중 영어 성적만 전형에 반영하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신입생을 100% 뽑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사교육을 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형 개선안은 토플 등 각종 영어 인증시험, 경시대회 등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성적은 아예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빼도록 했다. 영어 듣기평가를 비롯해 학교별 필기고사를 금지했으며,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이나 적성검사도 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자기주도 학습 전형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전형 방안이 시행되면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대신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또 다른 사교육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각 학교가 순수하게 영어만 잘하는 학생을 뽑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입학사정관제를 전 교과를 잘하는 학생을 뽑는 데 활용하고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학교에 가산점을 주는데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