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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축구공은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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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축구공은 둥글다

입력
2009.12.1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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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실시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 추첨 결과 본선 32개국의 대진이 확정되면서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본격적인 축구전쟁이 시작됐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도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그리스와 B조에 편성돼 '죽음의 조'는 벗어났다는 평가다.

조 추첨 결과 32개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잉글랜드, 이탈리아 같은 축구명가도 조 편성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면 내로라하는 축구 강국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만큼 의외의 승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니다. 각 팀이 갖고 있는 경기력 대로 승패가 갈린다면 그것만큼 싱거운 것도 없다. 축구계의 많은 징크스 중에 '펠레의 저주'가 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부터 시작된 '펠레의 저주'는 펠레가 우승국가로 지목하면 중도탈락하고, 그에게 칭찬받은 선수는 극심한 부진을 겪는 데서 유래한다. 따라서 펠레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히면 오히려 '펠레의 저주의 희생양'이 될까 봐 기겁하는 우스운 상황도 연출된다.

조 추첨 직후 한국과 B조에 속한 나이지리아가 '펠레의 저주' 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펠레는 지난 7월 "나이지리아가 내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아프리카 나라들 중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리스를 내심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 팬들로서는 나이지리아가 '펠레의 저주'를 받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길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잡으면 16강 진출이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로서는 펠레의 칭찬이 달갑지 만은 않을 듯 하다.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 축구만큼 격렬하고 열광적인 종목도 없다. 축구가 단순히 그라운드에서 뛰는 22명의 기량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관중들의 응원 등이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멘탈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축구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커전쟁(soccer war)'으로 알려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1969년 벌인 전쟁이 대표적이다. 1970년 월드컵 예선에서 맞선 두 나라는 팬들의 광적인 극성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게 됐다. 두 팀은 서로 홈에서 벌어진 경기를 앞두고 상대 팀 호텔 앞에서 난동을 피워 잠을 재우지 않았고, 결국 원정팀들이 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립지역인 멕시코시티에서 최종전을 치른 결과 2-2, 연장전 끝에 엘살바도르가 이겼지만 두 나라의 쌓였던 앙금은 전쟁을 촉발시켰다. 비록 미주기구와 이웃 나라들의 중재로 100여 시간 만에 정전에 들어갔지만 말이다.

조 추첨 직후 축구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본보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8명중 7명이 B조에서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만 한국축구의 경쟁력이 괄목상대한 것도 사실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러나 준비되고 노력하지 않은 팀에게는 결코 축구공은 둥글지 않다. 200여개국이 참가한 월드컵 예선에서 본선에 오른 나라는 32개국뿐이다. 나머지 170여개국은 내년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B조의 상대팀들이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남은 6개월여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비한다면 16강 진출이 그리 먼 목표는 아닐 것이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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