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존하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해 내년 경제운용을 '확장정책 기조 유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다 보니 출구전략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정책은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미시적인 한시 위기대응 조치는 단계별로 정상화 하겠다는 것. 내년 상반기 출구전략 타이밍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 인식
수치 상으로만 보면, 정부의 경기 인식은 꽤 낙관적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 5.0% 내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5.5%)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기관 전망치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착시를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결코 내년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잠재 불안 요인을 강조한다. 두바이 쇼크나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 같은 최근의 잇단 악재도 정부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재정부는 "추가적으로 처리해야 될 부실자산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새로운 부실도 증가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과 신용카드 채권 부실화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달러캐리트레이드(저금리 달러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로 인한 국가간 급격한 자본이동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대응 방향
정부는 내년에도 상당 기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에 내년도 편성된 예산의 60%를 조기 집행하고, 금융정책도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민간의 자생적 회복 기반이 강화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으로 봐야 한다.
예외적, 한시적으로 취했던 위기대응 조치는 기한이 만료되면 정상화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 충격이 우려되는 일부 조치는 당장 거둬들이지 않고, 단계적으로 철회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신속 자금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 중기 대출 신용보증 확대 조치 등은 물론 당초 연말에 종료할 예정이었던 중소기업 보증 일괄 만기연장 조치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한계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지원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 시기를 둘러싼 공방이 내년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한쪽에서는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칠 경우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은 상황. 당장 이날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한국은행과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질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지원 연장의 폐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부실기업을 연명하고 우량기업을 구축(驅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정부는 급격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자신감의 결여에서 비롯된 어정쩡한 대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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