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 폰 열풍 속에 모바일 뱅킹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젠 '스마트폰 뱅킹'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은행권에서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요즘 '신드롬'을 낳고 있는 애플 사의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뱅킹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해 선보였다.
일반 휴대폰에서 쓰는 모바일뱅킹 프로그램이 조회ㆍ이체,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사실상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스마트폰에서는 예금 가입 등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은행은 9일 KT와 제휴해 아이폰 용 뱅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애플 사의 승인 과정을 거치는 중이어서 이달 말께면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보다 먼저 아이폰 용 뱅킹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 하나은행도 이날 뱅킹 프로그램이 다운로드 사이트에 등록됐다. 당장은 프로그램만 다운 받을 수만 있지만, 조만간 서비스도 개시할 계획이다.
이미 시중 은행들은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 옴니아 시리즈 등 윈도우모바일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구글폰이라 불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휴대폰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공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폰 뱅킹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내년 3~5월 사이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여러 은행의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뱅킹을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이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도중에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먼저 아이폰용 프로그램 개발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28일 아이폰이 출시 된 후 일 주일 만에 7만대 가까이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은행 뱅킹 프로그램이 없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하나은행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애플 사의 프로그램 다운로드 사이트인 앱스토어에 등록되자, 은행에서는 외부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아이폰 이용자들이 먼저 이 사실을 알아내고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환영 메시지를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은행권의 공동 개발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뱅킹 프로그램을 출시한 데 대해 다른 은행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은행 인터넷뱅킹 담당자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훨씬 편리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도아'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아이폰 관련 프로그램을 소개해 유명한 김재근(44)씨도 "이용자들이 당장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은행마다 모두 다른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사용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여러 은행을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굳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아도 인터넷뱅킹 접속시 보안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도록 하지 않고 국제 표준을 사용하도록 하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터넷 브라우저만으로도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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