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둘러싸고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군은 조만간 탈레반 세력을 꺾고 아프간 정부에 치안권을 이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적어도 15년 내에 자체적으로 치안을 담당할 능력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은 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내년 이 맘 때면 무장 세력의 위세를 꺾는 동시에 탈레반을 아프간 민간인으로부터 떼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또 "아프간 국민들은 무장 세력이 이길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확신의 근거로는 ▦탈레반은 이미 국민들의 인심을 잃었으며 ▦아프간 국민은 다국적군을 점령자가 아닌 미래의 안정을 위한 가교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에 찬 미군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은 빠른 철군과 치안 이양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8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을 만나 "아프가니스탄은 적어도 2024년까지 스스로 안보를 지킬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철군 시한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토군과 미국은 오랫동안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 2011년 7월 철군의 실행가능 여부는 아프간 정부가 군ㆍ경 등 자체 치안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는지의 문제로 넘어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자체 치안 확보를 위해 필요한 40만 명 규모의 병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려 500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이 재원을 마련할 길은 요원하다.
때문에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이츠 장관이 6일 미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2011년에는 아주 일부의 미군 병력만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1일 연설에서 "18개월 뒤 미군의 철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