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는 개막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노출됐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도된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은 개도국들에 불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장 선진국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총회 전체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지난달 27일 주최국 덴마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은 "모든 당사국이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50%이상 줄인다는 목표에 동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개도국들을 강제하지 않는 대신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선진국들에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한 교토의정서에 반한 것이다.
초안은 또 2050년까지 개도국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44t 이하로 제한한 반면 선진국에는 1인당 2.67t까지 허용, 선진국에 특혜를 줬다. 또 개도국들은 언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게 될지를 결정, 그 이후부터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데드라인을 정하도록 했다.
이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정 지원이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개도국보다는 최빈국이나 기후변화 취약국에 우선 배정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을 배제하자는 의견까지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이 초안은 선진국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도국들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초안이 공개되자 개도국과 환경단체들은 선진국들의 밀실논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9일 AFP에 따르면 131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G77)'은 "초안은 코펜하겐 협상 성공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수단 출신 루뭄바 스타니스라스 디아 핑 77그룹 의장은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계 인구 80%를 더욱 큰 고통에 빠뜨리는 불공정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없고 서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수웨이 중국 기후변화 협상 대표도 독일 dpa 통신에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늘릴 수 있게 허용하면서도 "여전히 산업화 단계에 있는 개도국들에 온실가스 배출 최고 시점을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안토니오 힐 기후정책 고문은 "초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선진국들이 뭉치면, 약한 나라들은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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