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승헌 변호사 자서전 출간/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실점을 막는 수비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승헌 변호사 자서전 출간/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실점을 막는 수비수"

입력
2009.12.09 02:34
0 0

"돌이켜보면, 나는 이 세상에서 주전 멤버는 아니었다. 어쩌면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야 할 수비수이기도 했다."

한승헌(75) 변호사가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한겨레출판 발행)을 냈다. 그는 이곳에 현대사의 굵직한 고비마다 변호인으로, 더러 피고인으로 무도한 권력에 맞서 싸운 일생을 세세히 기록했다.

동백림사건, 긴급조치, 인혁당사건,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등의 기억으로 채워진 400여쪽의 책은 반독재ㆍ민주화 시대의 실록에 가깝다. 8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변호사는 그러나 "그저 한 촌놈의 행상기(行狀記)"라며, 행여 이 책으로 자기 삶을 '금칠'하게 될까 저어했다.

1934년생 개띠, 그 나이 연갑내기들의 삶이 으레 그랬듯 가난, 전쟁, 고학의 세월이 책의 앞부분을 채운다.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 검사의 길을 걸을 때까지는 그의 삶도 비교적 양지에 속했던 편. 그러나 65년 변호사가 되어 남정현의 소설 <분지> 필화사건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그는 '시국사건 전문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수십 년 이어진 어둠의 시대는 그를 동시에 '패소 전문 변호사'로 만들었다.

"박해 받는 사람을 외면했다가 나중에 양심의 가책을 받을까봐" 시국사건 수임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한 변호사는 "흔히 피고인은 변호사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변호사가 피고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게 내 깨달음"이라고 말했다. "음지 속에서 정신적으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한 인간으로서 성숙했으며, 보람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시국에 대해 "근대적 법치주의란 본래 권력자를 견제하기 위한 상향적 개념"이라며 "위에서 아래로 (하향적) 법치주의를 강요하는 지금 권력자들은 법치주의를 오해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